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고…상장사 30%,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회사, 전체의 7%…사익편취 규제대상 54%
총수일가 이사등재 회사는 518개사…전년比 50개사↑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서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채 미등기임원으로만 활동하는 회사가 198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에서는 비교적 비켜서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86개 소속 2994개 계열회사(상장·비상장)다.
분석 대상 회사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518개 사(18.2%)로 전년(17.0%) 대비 1.2%포인트(p), 50곳 증가했다.
분석 대상 회사의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 일가는 704명(7.0%)이다. 지난해(6.5%)보다 66명, 0.5%p 늘었다.
총수 일가는 1인당 평균 2.2개,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의 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셀트리온 △부영 △영원 △농심 △DN 순으로 높았다.
반면 △DL △미래에셋 △이랜드 △삼천리 △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데, 이사는 상법 등에 의해 책임과 의무가 명확히 부여되므로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면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 사람이 여러 회사에서 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꼭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것이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부담의 과다로 인한 업무 집중 곤란, 이해 충돌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77개 공시집단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비율은 7.0%(198개 사)로, 전년 대비 1.1%p 증가했다.
특히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상장사의 비율은 전년(23.1%) 대비 6.3%p 증가한 29.4%로 집계됐다.
미등기임원 비율이 높은 집단은 하이트진로가 58.3%(12개 사 중 7개 사)로 가장 높았고, 이어 △DN △KG △금호석유화학 △셀트리온 순이다.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총 259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141개로 절반 이상(54.4%)이었다.
총수 일가 1인당 평균 1.6개, 총수 본인은 평균 2.6개, 총수 2·3세는 1인당 평균 1.7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 △한화 △태광 △유진 △한진·효성·KG 순으로 많았다.
음 과장은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실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등기임원과 달리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근 개정 상법에서는 이사회 충실 의무 규정이 강화됐는데, 미등기임원 총수 일가가 늘어난다면 개정법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 대상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이율은 51.3%(2321명 중 1190명)이고, 회사당 평균 3.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중흥건설 △교보생명보험 △크래프톤 △한국항공우주산업 △금호석유화학 순으로 높았다. 반면 △글로벌세아·소노인터내셔널·중앙 △원익 등은 낮았다.
분석 대상 상장회사 소속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8.0%다.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 961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총 37건(0.38%)이고, 이 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 수는 14건(0.15%)이다.
37건 중 부결된 안건은 6건(0.06%),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조건부·수정가결 등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31건(0.32%)이었다.
분석 대상 상장사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319개 사였다. 비율은 88.4%로 전년과 같았다.
음 과장은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법정 기준보다 상당히 높고, 선임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라며 "사외이사는 총수 일가 중심 경영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올해도 이사회 상정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 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감시·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총수 있는 집단의 경우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개정된 상법에 상장사의 사외이사 의무 선임 비율비율 확대,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이사회 및 위원회의 감시·견제 기능의 실질적 작동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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