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쉬었음' 73만 vs 빈일자리 11만…눈높이 격차에 '미스매치' 심화

"임금·조건 불만" 청년은 외면, 기업은 "사람 없다"…평균 8% 미충원
재정 쏟아도 고용손실 6배↑…전문가 "임금 격차·이중구조 깨야"

지난 12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2025.1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표상 실업률은 2%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정작 '쉬었음' 청년은 늘고 산업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미스매치의 역설'이 심화하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을 포기한 2030 청년은 73만 명을 넘어선 반면, 기업 현장에서는 11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실정이다.

수조 원의 재정 투입에도 청년층의 눈높이와 현장 근로여건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대급 '쉬었음' 뒤엔…일자리 기피·고령화 '구조적 엇박자'

1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20대(40만 2000명)와 30대(33만 4000명) '쉬었음' 인구는 총 73만 6000명에 달했다. 특히 경제의 '허리'인 30대 쉬었음 인구는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 의사가 있었으나 적당한 일거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한 '구직단념자' 역시 36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1000명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장기 실업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의 20∼30대 중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장기 실업자는 3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3만 6000명)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기업 현장에는 빈 일자리가 넘쳐난다. 노동부의 '2025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이 적극적인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10만 8000명이었다. 산업별 미충원율은 운수 및 창고업(27.7%), 제조업(16.3%) 등 현장직에서 전체 평균(7.7%)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미스매치의 근본 원인은 청년 구직자의 기대와 실제 일자리 여건 사이의 '괴리'에 있다. 기업들은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주된 사유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25.6%)과 함께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0.6%)을 꼽았다.

청년들은 저임금·고강도 노동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이나 현장직 대신 대기업·사무직을 선호하거나 아예 구직을 미루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0대 이하뿐만 아니라 40대에서도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한 돌봄 서비스 구인 수요 급증도 노동시장의 긴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 손실' 15년새 6배 …"생산성 향상, 이중구조 완화 등 근본대책 필요"

문제는 정부가 그간 청년고용장려금, 구직 지원금 등 매년 수천억 원 재정을 투입해 왔음에도 미스매치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KIET) 분석 결과, 노동시장 미스매치로 인해 발생한 '고용 손실' 규모는 2010년 1만 2000명 수준에서 2024년 7만 2000명으로 6배 급증했다. 단순한 재정 투입만으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 9월에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발표했다. 범정부 차원의 '미취업 청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장기 미취업 청년을 발굴하고, 구직촉진수당을 내년부터 월 6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주 4.5일제 도입 지원과 청년미래적금 신설 등 유인책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산업별 맞춤형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기업이 원하는 기술 사이의 괴리감이 구직 의향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며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 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해 '스킬 갭(Skill Gap·기술 격차, 조직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구성원들이 가진 역량의 차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임금·정규직 등 구직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산업 간 편차가 클수록 인력 쏠림이 심화한다"며 "산업 간 임금 격차 보정 등 인력 유입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함께, 지역 인재를 해당 지역 양질의 일자리로 연계하는 '한국형 퀵스타트' 프로그램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 고용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성장 전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 정책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와 같은 맞춤형 고용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본격적인 시행 경과를 지켜보며 제도를 보완·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