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마 멍냥아"…동물병원 사업자 역대 최대, 내과·소아과는 주춤

동물병원 사업자 최근 5년간 12.5%↑…내과·소아과 대비 2배 이상
전문가 "동물병원 세부화·전문화·대형화…노령동물 증가 영향"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케이펫페어 서울'에 마련된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반려견의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료, 의류, 유모차, 장난감 등 185개사 306 부스가 참여했다. 2025.8.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반려동물 증가와 의료 세분화 추세에 힘입어 국내 동물병원 사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내과·소아과 증가세는 둔화하며, 의료업계 내 '펫 케어' 시장 확산이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100대 생활 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동물병원 사업자 수는 4921명으로 전년 동월(4664명) 대비 160명(3.4%) 증가했다.

반면 미혼 인구 증가와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확산 등으로 내과·소아과 사업자 수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9월 기준 전국 내과·소아과 사업자 수는 1만 2128명으로 전년 동월(1만 2015명) 대비 0.9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2021년 9월 4375명이었던 동물병원 사업자는 2022년 4479명, 2023년 4621명, 지난해 476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9월에는 4921명으로 5년 새 12.5% 늘어, 같은 기간 1만 1517명에서 1만 2128명으로 증가한 내과·소아과(5.3%)의 두 배를 넘겼다.

"동물 의료 세분화·전문화…젊은 수의사 개업도 증가 요인"

오이세 한국동물병원협회 부회장은 "수의사는 의사와 달리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한 명이 여러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며 "의사와 수의사 간 제도와 교육과정의 차이도 동물병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은 한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오 부회장은 이어 "예전에 비해 동물병원의 형태가 다양해졌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노령 동물도 증가했다"며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동물 종합병원, 24시간 응급 동물병원, 안과·치과 등 전문 병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의사는 의사처럼 수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수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만 취득하면 곧바로 개업할 수 있다"며 "젊은 연령층에서 개업이 활발하다는 점도 동물병원 증가세를 견인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견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2021.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사업 생존율·매출 부문 등에서도 동물병원이 앞서

업종별 사업자 연령 구조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내과·소아과는 50세 이상이 34.6%로 가장 많았지만, 동물병원은 40대가 36.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이상 사업자 비율도 내과·소아과(3.2%)보다 동물병원(15.6%)이 다섯 배가량 많았다.

동물병원은 사업 생존율 측면에서도 내과·소아과를 앞섰다. 지난해 기준 동물병원의 1~5년 생존율은 각각 91.6%, 87.0%, 84.2%, 79.0%, 75.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내과·소아과의 생존율은 89.7%, 83.3%, 76.1%, 75.5%, 74.9%로 모든 구간에서 낮았다.

개업 1~4년 차에서는 작게는 1.9%p(1년 생존율)에서 많게는 8.1%p(3년 생존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는 최근 개업한 동물병원들이 내과·소아과보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 부회장은 "애완동물 시장은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동물 의료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동물병원의 평균 연 매출은 2023년 기준 3억 9728만 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과·소아과의 평균 매출은 9억 6528만 원으로 동물병원보다 규모는 컸지만,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한편 내과·소아과의 평균 사업 존속 연수는 15년 8개월, 동물병원은 11년 1개월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개업한 동물병원들의 높은 생존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격차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