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방향 전환' 발언에 멀어진 금리인하…채권시장 요동

"금리인하 시기, 방향전환 데이터에 결정"…발언 후 국채금리 요동
한은, 부동산·대외변수 점검하며 신중 기조…시장도 "연내 어려을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국내 국채 시장이 흔들렸다.

이창용 '방향 전환' 발언에 국채 금리 급등…외국인 매도 촉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국채 대표 상품인 10년물 금리는 전날 장중 연 3.3%를 찍은 후 연 3.282%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 금리가 연 3.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도 연 3.268%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5년물도 전날 하루 새 0.1%p 급등했고, 3년물도 최근 한 달 새 0.4%p 가까이 오르며 전날 연 2.923%로 연고점을 돌파했다.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혹은 방향 전환 여부는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방향 전환'이라는 표현에 시선이 쏠렸다. 단순히 금리 인하 기조를 늦추는 수준을 넘어,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식으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조 5352억 원, 10년물을 4279억 원 순매도하며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 채권 매각 대금 중 상당 부분이 달러로 환전되며 달러·원 환율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도 발생했다.

불안이 확산하자 한은은 "이 총재의 발언은 평소와 같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의 시기, 폭, 완화 기조 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고, 기획재정부도 "금리 급등이 과도하다"며 시장 안정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0.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수도권 집값·가계대출 부담에…금리 인하 신중 기조 확산

이 총재의 발언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진 모습이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줄어든 상태다.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17% 올랐다. 주간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전 △0.54%에서 △0.17%로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최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 금통위원은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효과를 포함해 수도권 주택시장을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 위원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재확대되는 현시점에서 금융 여건의 추가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현재 분위기로선 연내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0%로 본다"며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한 인하를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연내 인하는 애초부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환율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안 연구원은 "높은 환율 수준과 변동성이 계속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연내 인하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안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이 1.8% 이상으로 상향될 경우 한은의 경기 판단에 따라 인하 기대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