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원 해법 못 찾고 숫자에 매몰…세계각국 감축목표 혼선
바이든안 철폐 '反기후' 선언한 美…유럽도 국가간 갈등 여전
호주는 '전환산업 패키지' 내놔…기후부 "곧 지원안 낼 것" 주장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국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우며 산업계 지원 미비 등에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도 절충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산업 경쟁력 저하다. 여기에 과학계와 시민사회 간의 갈등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직전까지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54.4% 감축 목표를 제시한 일본은 당초 2013년 대비 60% 감축안을 내놨다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었다. 산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숫자'라고 반발했으며, 반면 과학계와 시민사회는 "1.5도 목표(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후 일본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은 전문가·노동계·에너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고,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라는 명분을 내세워 현실적 합의를 도출했다.
기후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회원국 간의 경제구조 차이가 가장 큰 난제였다. 과학자들은 1990년 대비 70% 이상 감축을 요구했지만,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여전히 높은 석탄 의존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경제 모형화 자료와 산업계 부담 분석을 공개하며 조정에 나섰고, 결국 범위형에 대한 우려에도 '66.3~72.5%'의 목표를 내놨다. 단일 수치가 아닌 구간으로 설정해 회원국별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공동의 법적 틀을 유지하는 절충안이다.
미국은 정치적 충돌이 가장 컸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2005년 대비 61~66%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일자리와 경제를 함께 살린다'고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이를 거부한 상태다. 공화당과 화석연료 업계도 '전력비 상승과 제조업 붕괴를 초래한다'며 여기에 가세했다. 현재는 56~61.6%로 조율한 상태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COP30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등 '기후위기 부정론'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같은 범위안(53.8∼63.6%)을 채택한 호주도 독립기구 기후변화청(CCA)이 과학적 모형화를 근거로 62~70% 감축안을 권고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현실성을 감안한 구간을 택했다.
호주 정부는 '에너지 안보가 흔들린다'는 주장의 산업계를 환경단체 등과 함께 공식 자문그룹에 포함시켜 공청회를 진행했고, 감축안 발표와 동시에 '전환산업 보조금 패키지'(Future Made in Australia)를 내놨다. 감축 확대에 대한 반대를 정책 설계 과정에서 끌어들여 갈등을 제도적으로 관리한 셈이다.
COP30을 주최한 브라질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9~67% 감축하는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했다. 이는 이전 2030 NDC(53%)와 비교해 6~14%P 상승한 수치라 이번 한국의 인상 폭(13~21%P)보다 작지만, 개발도상국 중엔 높은 편이다.
브라질은 산림 감축을 둘러싸고 농업계와 과학계의 대립이 극심했다. 정부는 중앙정부·의회·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 전환 협약'을 발족해 산림복원·지역 보상·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동시에 추진했다. 생계 보전과 환경 보호를 병행하는 형태로 형평성 논란을 완화한 것이다.
결국 각국은 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구간으로 제시하거나, 산업 보조와 전환 기금 같은 완충 장치를 병행해 현실적 타협을 택했다.
한편 한국은 2035년까지 어떻게 탄소를 줄일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부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내세웠던 감축안 중 '48% 안'만 구체적 이행계획이 있었기에 53~61% 감축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산업 지원 등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전환(K-GX)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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