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 만에 인기 '시들'…개인투자국채, 장기물 청약 미달 반복

주식 '머니 무브'에 수요 받치던 5년물도 둔화세
매력 하락에도 내년도 목표 물량 2배…기재부 "활성화 방안 곧 발표"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5.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안정적인 저축성 상품으로 주목받았던 개인투자용 국채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10년물과 20년물 등 장기물은 청약 미달이 반복되고 있으며,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머니 무브'로 안전자산 수요가 이탈하면서 흥행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발행 목표액을 올해의 2배 이상으로 설정했지만, 채권 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과 상품 자체의 매력도 한계로 인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년물 '완판' 전무, 5년물도 수요 둔화…주식 '머니 무브'에 인기 시들

13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은 지난해 6월 첫 발행 이후 단 한 번도 발행 한도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물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1년 넘게 청약 미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은 발행 한도 1000억 원 중 617억 원만 채웠으며, 10년물 역시 4000억 원 중 3213억 원만 채웠다.

5년물의 경우 5700억 원 한도에 6181억 원 발행이 이뤄져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그나마 수요를 이끌던 5년물마저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발행액이 511억 원으로 발행 한도(900억 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중도 환매 규모도 증가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1년 후부터 중도 환매가 가능하며, 이 경우 표면금리에 따른 이자만 지급되고, 세제 혜택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7월 15억 원 수준이던 중도 환매액은 10월 91억 원을 기록했다.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총발행액(6018억 원) 대비 중도 환매액(167억 원) 비율은 2.77%에 달한다.

이러한 수요 부진 배경에는 '머니 무브'로 불리는 주식시장 활황과 채권 시장 자체의 약세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장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채권시장의 약세는 최근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날 유통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는 1년물을 제외한 전구간에서 7~9bp(1bp=0.01%) 급등하며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고환율과 내년 국채 공급 증가 우려까지 겹치며 채권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처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채권 수요는 약화하는 상황이 개인투자용 국채의 수요 부진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상품 매력' 한계 속 내년 목표 2배…기재부 "활성화 방안 조만간 발표"

상품 자체의 구조적인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1일 기준 유통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230%인 반면, 20년물 금리는 3.167%로 장기물 금리가 오히려 낮거나 거의 붙어있는 현상(일드 커브 플래트닝)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10년을 더 묶어둬야 하는 20년물에 투자할 유인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흥행 부진에도 정부가 치르는 비용은 적지 않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국고채(이표채)보다 높은 이자비용(표면금리+가산금리)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10년물과 20년물 금리차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정부는 20년물의 가산금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같은 부진에도 정부는 내년도 발행 목표액을 올해(2025년) 1조 4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2배 이상 늘려 잡았다. 이에 대해 시장 상황과 인기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한도 대비 청약 수요가 높지 않다는 점,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및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경향의 확대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26년도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목표치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관련 예산의 감액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내년도 목표 달성에 '경고등'이 켜지자 기획재정부도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판매대행기관 확대를 포함해 연물 다양화, 추가 세제 혜택 등이 방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판매대행기관은 미래에셋증권 한 곳에서만 맡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투자용 국채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직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