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시민사회 모두 불만…2035년 NDC, 닻올린 기후부 시험대 올라

시민사회 "전 지구의 평균 노력에도 못 미쳐…헌재 결정도 무시"
車 "70% 무배출차 어렵다" 철강 "2037년에나 수소환원제철"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 65%를 위한 시민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온실가스 감축률 최소 65% 설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0~60% 감축 범위에서 2가지 안을 제시했다. 2025.1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으로 제시했지만, 산업계와 시민사회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성장과 감축의 균형'을 강조하며 타협안을 내놨으나, 산업계는 '현실성 부족'을, 시민사회는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이해 갈등 속에서 새로 출범한 기후부의 조율력과 정책 신뢰가 시험대에 올랐다.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2035 NDC를 2030년 목표 이후 5년 만의 상향안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1안은 50~60%, 2안은 53~60% 감축으로, 다음 주 중 최종안을 정해 오는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한 뒤, 12월 중 유엔기후변화사무국(UNFCCC)에 제출한다.

기후부는 이번 안을 "IPCC 2006년 온실가스 산정방식에 맞춘 현실적 상향조정"이라고 설명하면서, "K-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통해 산업·에너지 구조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김성환 장관이 발언 중인 가운데 환경단체 회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0~60% 감축 범위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2025.11.6/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다만 기후부가 제시한 두 가지 안은 이해당사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제시한 안이 실질적으로 하한치(50~53%)에 초점을 맞춘 '후퇴된 목표'라고 비판하고 있다. 범위 안을 받더라도, 주요국들이 이미 60% 이상 감축을 약속한 상황이라 '이재명 정부 표 범위형 목표'는 모호성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정부안은 기후 리더십을 잃게 할 뿐 아니라, 산업 전환의 신호로서도 부족하다. 야심 찬 NDC는 단순히 국제공약이 아니라, 미래 산업전략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경쟁력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플랜 1.5는 "정부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감축 목표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고, 상한이 아닌 하한(50~53%) 중심으로 협의를 이어갔다"며 "전 지구 평균 감축경로(61%)에도 미달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산업계는 감축 속도와 비용 부담 측면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다배출 업종에서는 "기술 한계와 투자 여력의 제약 속에서 감축목표를 맞추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2035 NDC 안에서 제시한 '2035년 신차의 70% 전기·수소차 보급' 방안 역시 여전히 가파르다는 하소연이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정부는 향후 5년간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조금 예산과 인프라 확충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 목표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 2037년 전후로 예상돼 그 이전에는 공정 전환만으로 48%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감축 압박이 현실화하면 생산량 감축 외에는 방법이 없고, 이는 고용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공정 특성상 감축 수단이 제한적이며,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추가 감축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계 역시 산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에서 조홍종 단국대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은 기술적·투자 여력의 제약 속에 감축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며 "감축의 실효성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산업의 80%는 난감축 업종으로 구성돼 단순한 감축 의지나 기술 선언만으로는 전환이 불가능하다"며 "EU와 미국은 청정산업딜, 전환금융 등 산업생태계 전주기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은 이미 설비 효율이 높고 교체 주기가 길어 선형감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일정상 1~2안 외 새로운 안 또는 부문별 비율 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지난달 첫발을 뗀 기후부의 이번 안은 '균형의 결과'가 아닌 '타협의 산물'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게 각계의 분석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