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9월 경상수지 135억달러 흑자 '역대 2위'(종합)

9월 기준 사상 최대 흑자…반도체·승용차 호조에 수출 9.6%↑
1~9월 누적 828억불 흑자 '최대'…올해 1100억불 목표 달성 가능성↑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34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월별 경상수지 기준 역대 2위, 9월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해 9월보다 수입이 늘었지만,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접어들며 수출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 등 비(非)IT 분야의 수출까지 늘면서 흑자 폭이 확대됐다.

경상수지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한은의 전망치인 연간 1100억 달러 흑자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134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112억 9000만 달러)보다 21억 9000만 달러 늘고, 전월인 8월(91억 5000만 달러)보다는 43억 2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상품수지는 142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 동월(106억 7000만 달러) 대비 35억 7000만 달러 늘었다. 흑자 규모는 2017년 9월(145억 2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9월 수출은 67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614억 달러) 대비 58억 7000만 달러(9.6%)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2.1%) 등 IT품목(13.9%)의 증가세가 지속됐다. 또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로 인한 기저효과로 승용차(14.0%) 등 비IT품목(11.8%)도 늘면서 2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지역별 수출은 미국(-1.4%)에서 감소했지만, 동남아(21.9%), EU(19.3%), 일본(3.2%) 등에서 늘었다. 중국 수출액도 소폭(0.4%)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보인다"며 "비IT 품목 중에서도 자동차의 경우 대(對)미 자동차 수출이 줄긴 했지만, 유럽이나 기타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선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수입은 530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507억 3000만 달러) 대비 22억 9000만 달러(4.5%) 증가했다.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회복과 영업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자본재(12.2%), 소비재(22.1%)의 증가폭이 커지고 원자재(0.4%)도 증가로 전환해 수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정보통신기기(29.9%), 수송장비(24.4%), 반도체제조장비(11.6%), 승용차(36.3%), 직접소비재(21.4%), 곡물(8.4%) 등의 수입액이 늘었다. 반면 원유(-13.3%), 석유제품(-9.8%) 등은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33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21억 20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12억 달러 커졌다.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 적자(-9억 1000만 달러)는 8월(-10억 7000만 달러)보다 개선됐으나, 운송수지(-1억 2000만 달러)가 5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 폭(-8억 5000만 달러)도 8월(-60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29억 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0억 7000만 달러) 대비 흑자폭이 8억 9000만 달러 축소됐다. 흑자 규모는 9월 기준 역대 2위다. 8월의 계절적 분기 배당 지급 요인이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계정은 129억 달러 증가하며, 전월(78억 8000만 달러) 대비 50억 2000만 달러 확대됐다.

직접투자액은 38억 6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7억 1000만 달러 적자) 대비 흑자 전환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56억 6000만 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18억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21억 1000만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11억 9000만 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90억 8000만 달러 늘었다.

신 국장은 "수입 쪽에서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입액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간 누적된 대외 순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소득, 투자 소득 수지 등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추이(한국은행 제공). 2025.11.06/뉴스1

한은은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9월보다는 줄었다가 11~12월 다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 국장은 "통관 기준 무역수지를 보면 9월 95억 3000만 달러에서 10월 60억 6000만 달러로 흑자 규모가 좀 줄었다"며 "이 영향을 받아 10월 경상수지는 9월에 비해 흑자 규모가 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시적인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이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 호조, 유가 안정, 본원소득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것 등을 감안하면 11~12월 다시 양호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경상수지가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기존에 한은이 전망했던 11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672억 3000만 달러) 대비 약 23% 증가했다.

신 국장은 "한은 조사국에서 8월 전망할 때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100억 달러, 역대 최대치로 전망해 놓은 상태"라며 "10월 경제 상황 평가에서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의) 상향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반도체 호조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그간 불확실했던 한미 관세 협상과 미중 관세 협상의 우려가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 완화된 부분이 반영될 것 같다"며 "조사국에서 이달 전망치 수정 발표를 하니, 자세한 내용은 그때 반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