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솟값 내리자 쌀값 급등"…곡물 상승폭 82개월 만에 최대

쌀 21.3%, 찹쌀 45.5% '폭등'… 현미는 2017년 집계 이래 최고
10월 물가 2.4%↑, 1년3개월래 최고…긴 연휴에 개인서비스 '들썩'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 2025.1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밥상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 반면, 곡물 가격 상승률이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0월 곡물가격지수는 124.6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8%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2월(22.3%) 이후 82개월(6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쌀 21.3%·현미 28.8%↑…먹거리 물가 불안 계속

곡물 중에서도 특히 주식인 쌀 가격이 21.3% 급등했다. 이는 2019년 1월(21.8%) 이후 6년 9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현미도 28.8% 올라 물가 집계에 포함된 2016년 1월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찹쌀 또한 45.5% 폭등했다.

이러한 곡물 가격 급등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가 2024년 쌀값 안정을 위해 과도한 시장 격리(매입) 조치에 나서면서, 2025년 시중에 풀린 재고 자체가 부족해졌다.

여기에 10월 이례적으로 잦은 비가 내리면서 햅쌀 출하 시기가 늦어진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잦은 비로 쌀 출하시기가 늦어지고 과실도 출하가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곡물 이외에 축산물과 수산물 등도 먹거리 물가 부담을 더했다. 축산물은 5.3% 올랐는데, 이 중 돼지고기(6.1%)와 국산쇠고기(4.6%) 가격이 상승했다.

수산물(5.9%) 중에서는 조기가 16.9% 급등해 2008년 12월(17.3%) 이후 16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고등어도 11.0% 올랐다.

이처럼 먹거리 가격 불안이 계속되면서 지난 10월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2.4% 상승해 2024년 7월(2.6%)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먹거리 물가 불안의 주범이었던 농산물 중 채소류는 가격이 안정되는 모양새다. 신선채소 지수는 1년 전보다 14.1% 하락했다. 특히 배추(-34.5%), 무(-40.5%), 토마토(-29.3%) 등 주요 품목의 하락 폭이 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2025.10.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비스·석유류 물가도 '들썩'…정부 "먹거리 물가 안정 총력"

먹거리 외에도 석유류와 여행 관련 개인서비스도 10월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3.4% 상승하며 전월(2.9%)보다 상승폭이 0.4%포인트(p) 확대됐다. 10월 장기 추석 연휴의 영향으로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3.6% 급등한 탓이다.

승용차 임차료는 14.5% 올라 2022년 7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해외 단체 여행비도 12.2% 올라 2023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석유류는 4.8% 상승해 2025년 2월(6.3%)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작년 10월보다 하락했지만, 지난해 큰 폭(10.9%)으로 하락했던 기저효과에 환율 상승, 유류세 인하율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향후 기상 여건 등 변수는 있지만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상황점검회의' 개최 이후 물가 상승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대비 낮아진 유가 수준과 여행 서비스 가격 둔화 전망 등이 연말 2% 내외 안정을 예상하는 근거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면한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는 정부 가용물량을 4만 7000톤 이상 공급하고 고추, 마늘, 양파와 소금도 5000여 톤을 방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장 채소와 새우젓 등도 최대 50% 할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갑작스러운 추위 등 기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리해 나가겠다"며 "민생경제의 핵심인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