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70조원 통화스와프 연장…"교역 촉진·수출입비용 절감 기대"

올 10월 만료 이후 5년 연장…규모는 지난번과 동일
"위안화 직접 결제 확대…무역에 긍정적 효과 기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한·중 양국이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면서, 이번 계약이 단순한 금융 안전망을 넘어 교역 비용 절감과 위안화 직접 결제 확대 등을 통한 양국 교역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현장에서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여전히 미미해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일 한은과 중국 인민은행은 70조 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기존 협정이 지난달 만료된 이후 5년 연장된 것으로, 규모는 기존 협정과 동일하다.

원·위안화 결제 확대…교역비용 절감 및 금융 안정 기대

기재부는 이번 계약의 목적이 "양국 교역 증진, 금융시장 안정, 상대국 진출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 등"이라고 설명하며 "통화스와프 갱신은 양국 간 교역 촉진 및 역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한 상황에서, 이번 통화스와프는 우리 기업의 결제 비용과 환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2002년 2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된 이래 2005년 40억 달러, 2008년 300억 달러, 2011년 560억 달러, 2020년 590억 달러로 증가하고, 계약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이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양자 통화스와프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동안 양국은 원화와 위안화의 국제적 활용도 증대와 무역 증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3년 한국은행은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무역결제 제도'를 마련했고, 이듬해에는 중국기업에 대한 원화 통화스와프 자금 대출을 실시했다. 같은 해 중국 교통은행과 우리은행이 연계해 중국 소재 기업에 4억 원 규모의 6개월 만기 수입대금 원화 자금 대출을 실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국 무역이 3.3% 감소했음에도 위안화 결제는 수출 중심으로 증가해 141억 달러로 지난해와 같은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위안화 결제 비중은 지난해 10.5%에서 11%로 상승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위안화 대외 결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가공무역 축소로 위안화 사용 여지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이 중국과 거래할 때 위안화 결제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가 현재의 2배 수준인 550억 달러로 늘어나고, 활용 경로도 직접투자(FDI)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로벌 무역 금융에서도 위안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무역금융에서 위안화 비중은 7.6%로 유로화(5.4%)를 제치고 2위로 부상해 2022년 러우전쟁 이후 급증했다. 달러가 2021년 87.4%에서 4년 연속 축소해 81.4%를 기록하고 엔화도 같은 기간 1.7%에서 1.5%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외 위안화 허브인 홍콩 등 중국과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제삼자 거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원·위안화 직접결제 확대 등 무역금융 부문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대중 무역에서 수출비용 절감 등 스와프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위안화 스와프는 무역금융 쪽에서 활용하는 용도로 만들어 놓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익 회의적…무역·통상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 가능성"

다만 실제로 우리 기업이 위안화 직접결제를 활용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결제통화별 수출입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가 위안화로 결제한 수입 비중은 전체 수입 중 3.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5%였던 것과 비교한 두 배 이상 오른 것이지만 달러화(80.3%), 유로화(5.7%), 엔화(3.7%), 원화(6.3%)와 비교해 작다.

이에 따라 효과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위안화 직접결제가 수출입 비용 절감과 환리스크 완화로 이어질 여지도 있겠으나 위안화 가치의 변동성이 달러보다 낮다는 보장이 없어 실익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한국은 원화 결제도 함께 확대해 균형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스와프가 금융·통화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역·통상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