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주도 3분기 1.2% '깜짝 성장'…年 1% 청신호, 변수는 소비·건설

민간소비 3년 만에 최대폭 증가…설비투자도 플러스 전환
4분기 소비쿠폰 효과·건설 부진·관세 영향 등 주목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철 이강 기자 =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1.2% 성장하며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소비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등 내수 회복이 성장을 이끌었다.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전환하며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연간 1% 성장에도 청신호가 켜졌지만, 4분기 성장 경로에는 소비쿠폰 효과 약화, 건설투자 부진 지속,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서 3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1.2%(소수점 둘째 자리 1.17%)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0.7%)보다 성장세가 확대됐으며, 2024년 1분기(1.2%)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은 전망치(1.1%)와 금융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1.0%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 성장했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1분기와 달리 이번 성장은 (재정 효과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흐름이 다르다"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졌고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가 이끈 '깜짝 성장'…소비·설비투자가 견인

3분기 성장은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이 선방한 가운데 내수가 주도했다. 성장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1.1%p를 기록해 전체 성장률(1.2%)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순수출은 0.1%p에 그쳤다. 주체별로는 민간 부문이 0.8%p, 정부 부문이 0.4%p 기여하며 민간과 정부가 고르게 성장을 뒷받침했다.

민간소비는 1.3%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는 2022년 3분기(1.3%)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승용차·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음식점·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늘었다.

정부는 소비심리가 6개월 연속 장기평균(100)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소비쿠폰 지급 효과, 증시 활성화에 따른 자산 효과, 스마트폰·전기차 신제품 출시, 전공의 복귀에 따른 의료소비 정상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정확한 (소비쿠폰) 효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3분기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도 "(증시 활성화는) 자산 효과를 통해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금융 서비스업 증가로도 잡힌다"며 "(한은 연구에 따르면) 코스피 1% 상승 시 동분기 민간소비가 0.06% 증가한다"고 언급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2.4% 증가했다. 직전 분기(-2.1%)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된 것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수입 측면에서도 기계·장비, 자동차 등이 늘었다. 정부소비 역시 물건비 및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증가 등으로 1.2%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부진으로 0.1% 감소했다. 다만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되며 성장 기여도는 0.0%p로 개선됐다.

김 국장은 "2024년 2분기부터 건설수주가 개선된 효과가 1년 반~2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그간 성장을 갉아먹는 요인에서 성장 중립으로 바뀌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은 1.5% 증가하며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자동차는 대미 수출 감소에도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수출을 늘려 선방했다. 석유제품도 해외 정유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 수입은 기계·장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경제 활동별로는 제조업(1.2%), 서비스업(1.3%) 등이 성장을 이끌었고, 건설업(0.0%)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7%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4분기 -0.1% 이상이면 연 1% 성장 가능…소비쿠폰·건설·관세 '3대 변수'

내수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연간 1% 성장률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은과 기재부 모두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0.9%)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이 -0.1~0.3% 수준만 기록해도 연간 1% 성장이 가능하다.

다만 4분기 성장 경로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우선 1차 소비쿠폰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 1차 쿠폰보다 규모가 작은 2차 쿠폰(4조 5000억 원)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2차 쿠폰은 9월 말 지급이 시작돼 4분기에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3분기에는 기업들의 수출 지역 다변화 노력 등으로 선방했지만, 이런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건설 부문의 구조적 부진과 공사 중단 가능성 등도 여전히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눈높이를 웃돈 성장세 회복이 정책 효과에 따른 소비 뿐만 아니라 AI, 비(非)미국 수요 등에 기반한 설비투자, 수출이 가세한 점이 고무적"이라며 "2차 소비쿠폰 지급으로 4분기에도 소비 개선세는 이어지겠지만, 2~3분기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은 4분기부터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성장 경로 관건은 투자에 있다. 건설투자는 6분기째 위축됐지만, 수주와 지출간 시차를 감안하면 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효과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연간 성장률을 1%로 예측했다.

정부는 3분기 성장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수출이 어려운 여건에도 선방한 가운데 내수가 성장을 견인했고, 재정의 마중물 역할에 힘입어 민간이 성장을 주도했다"며 "AI 대전환·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 생산적 금융 등 성장잠재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