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양의 유혹, 장기 침체 부른다"…한은, 일본 사례로 경고
SOC 투자·저리대출로 경기 부양했지만 재정·가계부채만 급증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국은행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사례로 들며, 건설투자 중심 경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자산가격 하락 이후 늘어난 부채 부담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에도 건설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늘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직후부터 후반까지 10여 차례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도로·철도·항만·댐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주요 대책이었으며 건설투자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경기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경제 체질 개선이 지연됐다.
실제 일본의 재정승수는 1975~1989년 0.8에서 버블 붕괴 이후 0.6으로 하락했고,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대에서 2010년대 200%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계 부채도 심화됐다. 정부는 주택 건설을 살리기 위해 저리 대출과 세액공제 등 각종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2010년까지 이어지며 가계는 빚 상환 부담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은 위축됐고 내수 회복은 지연됐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 이어진 건설 투자 중심의 경기 부양책은 경기 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비효율적 공공 투자 배분, 지방 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 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 소비의 장기 부진, 재정 상황 악화 등의 문제점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건설 투자 장기 부진이 아직 진행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부양 수단으로 건설 투자가 활용됐다. 2014~2015년 중국 정부는 다주택 구입 장려와 대출 금리 인하, 선납금 비율 인하 등 전면적인 민간 부동산 시장 부양 조치를 시행했다.
한은은 "중국 건설투자 침체도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부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며 "중국 내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고, 과거 일본의 경험도 참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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