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탈취' 카펙발레오에 과징금 4.1억…"ECR 기술자료 첫 인정"

협력사 불량 개선 제안(ECR) 무단 사용…자체 도면화 후 3자 제공
기술자료 요구하며 서면 미교부 행위도 적발…하도급법도 위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2024.1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협력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다른 협력사들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카펙발레오에 과징금 4억 1000만 원이 부과됐다.

이번 조치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기존 도면 개선을 위해 제안한 기술 정보(ECR)를 기술자료로 인정하고, 이를 무단 사용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카펙벨레오에 과징금 4억 10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동변속기 부품인 '토크컨버터' 제조업체 카펙발레오는 수급사업자 A사에 자사 도면(대여도면)을 제공하며 부품 생산을 위탁했다. 2019년 카펙발레오는 기존 대여도면의 치수를 일부 수정한 뒤 A사에 초도품 공급을 요청했다.

A사는 카펙발레오가 수정한 치수가 다른 부품 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수(제안값)를 자체 개발했다. A사는 이 제안값을 담은 '기술사양변경의뢰(ECR) 검토요청서'를 카펙발레오에 전달하며, 제안값으로 부품 생산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이 ECR 검토요청서가 부품의 특정 부위 치수 정보, 변경 사유 등을 담고 있어 부품 불량률 감소, 생산성 증대 등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자료는 A사가 상당한 노력을 들여 만들었으며, 비밀로 관리됐다.

하지만 카펙발레오는 A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A사가 개발한 제안값을 자사의 도면에 무단으로 반영했다. 심지어 A사의 제안값이 적용된 도면을 A사의 경쟁업체인 제3자(다른 수급사업자)에게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는 기술자료 취득 목적과 합의된 사용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기술자료 유용행위라고 공정위는 결론 내렸다.

또한 카펙벨레오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6개 수급사업자에게 양산부품승인절차(PPAP) 관련 기술자료 198건을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 권리 귀속 관계 등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요구된 자료에는 제조공정도, 관리계획서 등 수급사업자의 생산·영업활동에 유용한 핵심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 요구할 때에도 반드시 사전에 서면으로 요구 목적 등을 명확히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자료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공정위는 카펙발레오에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시정명령하고, 총 4억 1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수급사업자가 변경을 제안한 기술 정보라도 원사업자가 협의 없이 무단 사용하는 것은 기술 유용에 해당함을 명확히 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