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쌀값 11개월만에 상승세 꺾였다…햅쌀 출하에 10일새 6% '뚝'
80㎏ 한가마 23만원대…유통 반영 시차로 소비자 체감은 2~3개월 뒤
초과생산분 시장격리로 비판받던 정부, 쌀값 하락 전환에 한숨 돌려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장기간 오름세를 이어오던 산지 쌀값이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햅쌀이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며 공급이 확대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쌀값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될 전망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 없이 쌀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당국의 선제적인 쌀 시장격리 조치를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을 전망이다.
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당 평균 23만 3032원으로, 지난 5일(24만 7952원)보다 6.0% 하락했다.
산지 쌀값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11개월 만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1월 5일(18만2704원) 이후 장기간 상승해 25만 원에 육박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산지 쌀값이 하락한 것은 햅쌀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중만생종 벼의 출하가 본격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만생종은 벼의 성숙 기간에 따른 품종 분류 중 하나로, 중생종과 만생종의 중간에 위치한 품종이다.
중만생종 벼는 출수 후 55일, 만생종은 출수 후 60일이 수확 적기로 여겨진다. 비가 잦았던 기상 여건에도 올가을 수확 시기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수확기 잦은 비로 벼 수확이 지연되면서 이달 중순까지는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기상 요인과는 무관하게 신곡 출하가 원활하게 이뤄지며 예상보다 빠르게 쌀값이 안정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다만 산지 쌀값 하락이 소비자에게 체감되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의 마진 구조와 유통 과정을 거쳐 소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6만 628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여전히 24.5%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쌀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일 기준 20㎏당 6만 8435원으로 전주 대비로도 4.3% 올랐다. 한 가마(80㎏)로 환산하면 27만 3740원 수준이다.
산지 쌀값이 먼저 하락세로 전환함에 따라, 최근 쌀값 급등에도 올해 쌀 예상 초과 생산량의 60%를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던 정부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올해 예상되는 쌀 초과 생산량의 60%인 10만 톤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과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기상 악화와 깨씨무늬병 등으로 쌀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시장 격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후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공급을 억제해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는 한발 비켜설 수 있게 됐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24년산 산지 재고 부족이나 조생종 출하 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2025년산 신곡 출하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올해 초과 생산 물량의 60%를 시장에서 격리한 결정은 '과잉 생산' 문제와 '소비자 물가 안정' 사이에서 벗어나지 않은 정책 방향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10월 말 이후에야 쌀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의 공급 상황은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며 "공급이 원활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쌀값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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