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졌다…이창용 "부동산 불 안 지핀다"
경기활성화보다 부동산·가계부채에 초점
10월 이어 11월도 금리인하 물 건너간 듯
- 전민 기자,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철 기자
"유동성을 더 늘림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최근 다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기준금리의 '연내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감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집중됐다. 그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같은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한은이 네 차례에 걸쳐 단행한 기준금리 1%포인트(p) 인하가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부동산 시장으로 더 흘러 들어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리 인하가 경제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 중 어느 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느냐"고 묻자 이 총재는 "과거 평균에 비해 이번 경우 부동산에 간 부분이 좀 더 컸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 스스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이 총재는 최근 통화량(M2)이 8% 정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유동성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 총재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년간)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감소하고 있었는데 최근 2분기에 다시 올라간 것이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제 임기 내에는 가계부채가 GDP 대비 하향하는 국면이 계속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부동산 문제를 단기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정책을 잡으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그 효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요만 갖고는 안 되고 공급도 필요하며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를 막기 위한 교육 문제 등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 이하의 성장률 전망과 더불어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보다 금융안정에 더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경기, 환율, 부동산 문제가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부동산과 가계부채,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의 강한 경고 메시지에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3일 열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
마지막 남은 11월 금통위에서의 인하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11월에는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 총재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한 만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로 한은이 인하 시그널을 계속 줘 왔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금융 안정 우려가 커지면서 인하가 지연돼 왔다"며 "최근 다시 집값이 오르면서 연내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내년에는 금리 인하가 더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11월 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되, 금융 안정 측면에서 '눈치 보기'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까지 기준금리는 한 번 정도 인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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