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부총재 "韓, 수원국→지식공유국 발전…개혁 둔화, 성장 걸림돌"

하라밀로 WB EAP 지역 부총재 인터뷰
"AI·자동화가 일자리 구조 바꿀 것…신생기업·기술인재 육성이 핵심"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 본부에서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Carlos Felipe Jaramillo) WB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 부총재가 EAP 지역의 경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동행기자단 제공)

(워싱턴DC=뉴스1) 이강 기자

"한국은 이제 수원국이 아닌 파트너이자 공여국이다. 그러나 개혁 둔화 흐름이 성장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 본부에서 만난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Carlos Felipe Jaramillo) WB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 부총재는 한국 경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WB는 회원국에 금융·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개발기구로, 한국에는 전후 재건기 자금 지원을 제공했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20년 넘게 세계 각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경제개발 전문가다. 올해까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부총재로 재직하며 31개국과의 협력을 총괄하고 415억달러 규모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그는 한국을 "지식과 자본을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발전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동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는 '개혁 둔화'(reform fatigue) 현상이 성장 회복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동아시아 지역의 성장률은 올해 4.8%로 작년(5.0%)보다 소폭 하락했다"며 "이는 개혁 추진이 늦어지면서 구조적 병목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AI·자동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다"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신생기업의 진입과 경쟁을 촉진하고, 인재의 기술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 정체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자리의 유형이나 기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며, 최근 여러 나라에서 MZ세대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WB) 본부에서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밀로(Carlos Felipe Jaramillo) WB 동아시아·태평양(EAP) 지역 부총재가 동아시아 고용, 일자리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동행기자단 제공)
"교육·인적자본은 세계 최고 수준…한국 경험, 세계로 확산 기대"

다만 밝은 전망도 있다. 하라밀로 부총재는 "한국은 교육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적자본 측면에서 다른 국가보다 앞서 있다"며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기초 교육과 기술 역량 격차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은행이 가장 성공적인 개발 사례로 꼽는 나라"라며 "과거 저소득국 시절부터 세계은행의 장기 저리 대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공여국이자 지식 파트너로서 다른 회원국을 돕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인프라·에너지·농업·수자원 분야 관리 경험은 개발도상국의 정책 설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며 "WB도 한국의 지식과 전문성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이 세계은행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도국에 40억 달러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한국 기업에도, 투자 대상국에도 윈윈(win-win)이 되는 모범적 사례"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이 지식을 공유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점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2주 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한국의 경험과 지식이 동아시아 국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전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