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에 칼 빼든 정부…보유세, 어떻게 달라질까

집값 잡기 '세금 카드' 꺼낸 정부…보유세 인상 시나리오 검토
공정비율·공시가 현실화율 조정만으로도 보유세 급등 가능성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2025.10.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가능성까지 공식 언급하면서, 세제 강화 시점과 증세 규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4분기 중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과세체계 개편 방향과 시기 등을 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부동산 세제의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구체적으로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방침을 명시했다.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4분기 중 연구용역을 통해 보유세·거래세 조정 방향을 구체화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통해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 완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60%(공정시장가액비율)가 과세표준으로, 세율은 0.1에서 0.4% 수준이다.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 원 초과분에 대해 0.5~1.0%의 세율이 적용되며, 다주택자는 최대 5%의 세금을 부담한다.

정부가 15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분당 과천 등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확대 지정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축소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0.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기재부 관계자는 "정확한 용역 발주 시점과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4분기까지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현재 연구자와 구체적인 연구 범위와 대상을 설정하고 있는 단계"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가능한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연구할 계획이며, 이번 세제 합리화를 속도전으로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세율 조정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등 시행령 수준에서 조정 가능한 방안을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간접적으로 보유세율 인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은 공시가격에서 실제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시세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공동주택 기준으로 공시가격은 시세의 약 69% 수준이며, 공시가격에서 과세표준 산정 시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주택자 기준 60%다. 공제 요인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 시 실질적인 과세표준은 시세의 41%(시세 x 0.69 x 0.60)에 불과하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과도한 세 부담 완화를 이유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80%에서 60%로 낮췄지만, 최근 이를 다시 80%로 되돌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두 지표의 변화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세 15억 원인 아파트의 경우 현재 기준(공시가격 현실화율 69%, 공정시장가액비율 60%)으로는 과세표준이 약 6억 2100만 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9%로 10%포인트(p),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20%p 각각 상향될 경우, 과세표준은 약 9억 48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단순 비교 시 종부세는 약 70%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세제 조정이 자칫 '증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부동산 관련 세제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성격"이라며 "일정과 세부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용역 결과가 바로 정책 입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정부는 시장 동향과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1~2개월 내에도 추진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세제 강화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내부 검토는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시장의 세제 민감도가 높다"며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방점"이라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