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韓에 메시지"…제자 하준경 수석이 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하 수석 "스승 호위트의 사상, 정책서 구현돼 세상에 보탬 되길"
"혁신의 순환이 끊기면 성장도 멈춰…제도·정책 유연화해야"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행사에서 수상자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엘 모키르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 필립 아기옹 프랑스 인시아드 및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교수, 피터 호위트 미국 브라운 대학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강 기자

"한국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성장을 되살리려면 혁신이 핵심'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 수석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피터 호위트(79) 미국 브라운대 교수의 제자로, 박사 논문 지도를 받은 인연이 있다.

1946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호위트 교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이후 브라운대에서 정년까지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호위트 교수는 조엘 모키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69) 프랑스 인시아드·영국 런던정경대 교수와 함께 13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인류는 지난 두 세기 동안 처음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으며, 세 수상자는 혁신이 어떻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호위트와 아기옹 교수는 1992년 공동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이들은 이른바 '아기옹-호위트 성장 모형'이라는 수리경제 모형으로 조지프 슘페터가 1940년대에 제시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기술혁신과 기업가정신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경제 발전을 '혁신과 교체'가 이어지는 순환 과정으로 설명했다.

호위트 교수 역시 슘페터주의자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과 기업이 사라지는 과정을 파괴가 아닌 '혁신의 순환'으로 해석하며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한다는 근본 원리를 제시했다.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된 하준경 한양대 교수가 6월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인선 발표에 참석해 있다. 2025.6.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하준경 수석 "혁신의 순환이 끊기면 성장도 멈춰…제도 유연화해야"

하 수석도 그의 제자답게 '창조적 파괴'를 "기존의 기술보다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내는 혁신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와 제도·정책이 맞물려야만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정체돼 있는 한국 경제에 이번 노벨경제학상 이론이 주는 시사점은 크다. 하 수석은 "(한국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번 수상은 '성장을 되살리려면 혁신이 핵심'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며 "기업의 혁신을 활발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적절한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와 정책이 기술혁신에 적합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적절한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이 독점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혁신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로는 '균형감각'을 꼽았다. 하 수석은 "기술혁신이 특정 기업에 독점적으로 쏠리면 이후 혁신이 멈춘다"며 "적절한 경쟁이 유지돼야 지속적인 기술 발전이 가능하며, 교육과 기회의 개방성도 그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현실과 관련해선 "우리의 시장 구조나 생태계는 아직 경직돼 있다"며 "사람의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성장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커가는 구조가 유연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경쟁을 보장하는 제도,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금융, 그리고 기득권의 진입 장벽을 막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승인 호위트 교수의 노벨상경제학상 수상 소식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며 "함께 논문을 썼던 지도교수가 훌륭한 상을 받게 돼 감격스럽고, 그분의 사상이 정책 속에서 더 많이 구현돼 세상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