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당연하지 않다"…노벨경제학상, '혁신이 만든 지속 성장' 입증
"슘페터가 옳았다"…'창조적 파괴'로 본 경제 성장
산업혁명 이후 인류 성장의 퍼즐…'혁신 중심 성장'의 시대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을 규명한 조엘 모키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69) 프랑스 인시아드·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피터 호위트(79) 미국 브라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슘페터가 옳았다"로 요약된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슘페터학파는 기술혁신과 기업가정신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경제 발전을 '혁신과 교체'가 이어지는 순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인물이 바로 올해의 수상자들이다. 아기옹·호위트 교수는 슘페터의 사상을 수리적·거시경제학적으로 발전시킨 정통 슘페터학파로, 혁신이 성장의 내재적 동력임을 수학적 모형으로 증명했다. 모키르 교수는 이를 역사와 문화, 지식 체계의 관점으로 확장한 역사적 슘페터주의자로 평가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3일(현지시간) 모키르·아기옹·호위트 세 학자에게 202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류는 지난 두 세기 동안 처음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으며, 세 수상자는 혁신이 어떻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아기옹과 호위트 교수는 1992년 공동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과 기업이 사라지는 과정을 파괴가 아닌 '혁신의 순환'으로 해석하며,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근본 원리를 설명했다.
성장의 원천을 외부 요인이나 자본 축적이 아닌 경제 내부의 기술혁신·기업 간 경쟁·이윤 추구 동기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들은 기존 성장론이 자본·노동 같은 생산요소 투입에 초점을 맞추거나 인적자본의 축적을 강조한 것과 달리, 기술혁신 경쟁이 스스로 성장을 만들어내는 '내생적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더 나은 기술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이러한 '혁신경쟁의 사다리'가 생산성과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두 학자는 다양한 국가와 산업의 데이터를 통해 '창조적 파괴'가 성장률·생산성·산업 재편 등에 실질적으로 작동함을 입증했다.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독과점을 낳거나 과열을 부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혁신과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촉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R&D 투자와 관련해"혁신의 사회적 편익이 기업의 이익보다 클 경우 보조가 필요하지만, 과잉투자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적 균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모키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유용한 지식'(Useful Knowledge)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이 산업혁명의 발상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숙련된 기술자 집단과 개방적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지식이 축적·공유·검증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혁신이 자가 발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모키르는 또한 기득권의 저항을 줄이고 변화를 수용하는 제도,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사회적 관용이 지속 성장의 토양이라고 강조했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수상자들은 기술 발전이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투자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경제가 성장하려면 자본과 노동의 투입을 늘리거나 생산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번 노벨 수상자들은 생산성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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