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이번 주말 재방미…경주 APEC 앞두고 관세협상 '속도전'

美 '새로운 대안' 제시…'관세 후속 협상' 교착 국면 전환 기대
김정관, 18~19일 러트닉 면담 추진…구윤철 15일 베선트 회담 조율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 관련 미국 방문을 마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이철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말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재방미 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두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두 정상 간 관세 담판을 앞두고 후속 협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간 후속 협상도 새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제시한 대미 투자 패키지 관련 양해각서(MOU) 수정안에 반응이 없던 미국 측에서 최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달 초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 장관이 "(미 측이)우리 외환시장의 민감성에 대해 상당히 공감했다"고 한 점을 미뤄볼 때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이 제시된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르면 오는 18~19일 재방미를 검토 중이다. 한미 관세 후속 협의의 분수령이 될 경주 APEC 정상회의 전에 실무 차원에서 양국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APEC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 정상 간 관세 후속 협의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실무단계에서 협의 밑그림이 나와야 하는 만큼, 양국 경제·통상라인의 접촉도 분주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 두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관급 협의에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정감사 등 국내 일정을 피하면 사실상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방미)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남은 기간 미 측과도 일정이 조율되면 언제든지 만나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4일에도 급거 뉴욕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현안을 놓고 협의했다.

김 장관의 방미는 지난 달 한국이 미국 측에 '대미 투자 패키지 관련 양해각서(MOU) 수정안'을 보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부가 미국에 보낸 수정안에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에 대한 미국 측의 공식적인 회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장관과 러트닉 상무장관의 추가 면담이 전격 추진되면서 두 달 넘게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미 간 관세 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 "미국 쪽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며 "현재 (내용을)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미측이 제시한 새 대안'에 대해 "우리 측에서 금융 패키지 관련 9월에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미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장관은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을 찾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구윤철-베선트도 美 IMF총회서 조우…대미 투자 펀드·통화 스와프 논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추진 중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는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과 15일 양자 회담 일정을 조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구 부총리는 '15일에 미국에 가서 베선트 장관과 만나느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 방안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익 배분 등의 세부 사항을 놓고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문서화는 미뤄진 상태다.

한미 간 이견이 가장 큰 부분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되, 직접 투자는 5%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액 직접 투자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최소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상태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