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베선트 벼랑 끝 담판…통화스와프·자금 조달방식 '관건'
IMF총회 계기 협상 '분수령'…3500억달러 조달 막판 조율
"APEC 전엔 끝내야…합의 불발·지연 땐 외환불안 우려"
- 이강 기자, 이정현 기자
(서울=뉴스1) 이강 이정현 기자 = 이번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계기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 간 회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관세협상이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총회에는 구 부총리를 비롯해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총회 기간 구 부총리와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회동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합의 내용 발표 후 세부 이행을 협상해왔다. 그러나 미국 측이 직접 투자 비율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3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방식이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최소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유엔(UN) 총회 출국 전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부담을 넘어 외환시장의 심리 불안, 국가 신용위험 상승으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전문가들도 단기성 외채 비중이 여전히 높고 원화 가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측도 우리 측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양측이) 우리 외환시장의 민감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며 "큰 틀에서 우리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이해시키면서, 방안을 좀 찾아보자는 정도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화스와프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의 동시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에 무제한 스와프 대신 한시적 유동성 지원이나 외환 협력 각서(MoU) 수준의 타협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실질적 방파제가 되기엔 미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 측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노딜'(무합의)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협상의 핵심은 '현금 출자 비중'"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근거로 압박하지만, 우리가 미 국채를 대규모로 처분하면 미국도 금리 급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노딜까지 각오해야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현금 중심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우리 제안(보증·론 등)은 협상 중"이라며 "정책금융이 참여하는 컨소시엄·특수목적법인(SPC) 구성, 보증·대출·직접투자 등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을수록 경주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EU 등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25%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어, 교착 상태가 길어질수록 협상 타결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 자금 조달 구조나 통화스와프 체결이 합의되지 못하면, APEC 정상외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외환보유액이 약 4200억 달러인데 단기 외채·수입대금·투자자금이 동시에 빠지면 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APEC까지 조기 타결이 안 되면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무리한 협상은 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은 3500억 달러를 낼 형편이 안 된다"며 "APEC 이전 합의를 위해 성급해져선 안 된다.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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