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벼 재배기술, 척박한 몽골 땅에 40년 만에 최초로 '쌀' 보급

농진청 KOPIA몽골센터, 현지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 추진
한국 품종 '진부올벼' 낟알 잘 영글어…10a당 500kg 수확 추산

몽골에서 수확기를 맞은 진부올벼. 오명규 KOPIA몽골센터 소장이 수확한 진부올벼를 내보이고 있다. (농진청 제공)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 몽골센터가 몽골 현지에서 40여년 만에 최초로 벼 재배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KOPIA는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 전문가를 소장으로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는 사업이다.

농진청은 몽골 정부의 요청으로 KOPIA 몽골센터에서 2년여간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몽골 정부는 고기에서 곡물 위주로 식단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가 늘자 40여년 전부터 벼 재배를 시도해 왔지만, 전문가·재배기술 부족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쌀 수요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 2023년 한국에 벼 재배시험을 요청했고, KOPIA몽골센터는 먼저 '몽골지역 환경분석(2023년)'과 '몽골 적합 벼품종 선발시험(2024년)'을 거쳐 올해 1월 홉드도 볼강군에 3500㎡ 규모의 벼 시험포장을 조성한 뒤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몽골은 한국과 비교해 벼 재배환경과 기반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특히 기온이 낮아 벼가 생육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고, 토양은 수소이온농도(pH)가 높은 알칼리성으로, 벼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이다.

이에 KOPIA몽골센터는 늦게 심고 빨리 수확할 수 있는 품종으로 한국품종(진부올벼, 진부벼, 아세미) 3종과 중국품종 1종을 선발해 심었다. 또 추운 날씨를 고려해 비닐하우스에서 모판에 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육묘기간을 40일로 늘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6월에 모내기를 했다. 알칼리성의 토양은 산성용 질소(N), 인(P), 칼리(K) 비료를 투입해 벼가 자라기 적합한 약산성이나 중성으로 바꿔나갔다.

그 결과 재배시험한 4품중 중 최종적으로 한국품종 '진부올벼'가 낟알이 잘 영글어 수확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진부올벼'의 수량은 10a당 약 500kg 정도 나오는 것으로 추산됐다.

KOPIA 몽골센터는 벼 재배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앞으로 몽골 환경에 맞는 표준재배기술을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배시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서'를 발간·보급할 계획이다.

몽골에서 벼 재배와 쌀 생산이 본격화하면 저수지, 관개수로, 정미 등의 기반 시설을 비롯해 농기계, 농자재(작물보호제, 비료, 종자 등) 등의 수출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잠발체렌 몽골 식량농업경공업부 차관은 "이번에 재배에 성공한 '진부올벼'를 몽골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양국의 관계기관들이 협력해 앞으로 쌀 생산을 위해 벼 재배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 김황용 기술협력국장은 "앞으로 몽골에서도 본격적으로 벼를 재배하고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KOPIA몽골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