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등록 특허도 과세' 33년만에 뒤집힌 판결…국세청 "4조 지켰다"
대법 "특허, 등록지 아닌 사용지 기준"…'특허 속지주의' 넘어 실질 과세 원칙 인정
국세청 "장기적으로 수십조 세수 효과 기대…과세권 사수 노력 계속"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대가 역시 국내 원천 소득으로 보고 과세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국세청은 "4조 원대 국부 유출을 막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는 1992년 이후 33년간 유지돼 온 '특허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결정이다.
국세청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국제조세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미국에서 현지 특허관리 전문회사인 A 사로부터 특허권 침해소송을 당했다. 두 회사는 2013년에 이르러 화해계약을 체결하고 분쟁이 마무리했으며, SK하이닉스가 5년 동안 매년 160만 달러를 A 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1월 A 사에 그해 약정 사용료 160만 달러를 지급하고, 법인세 3억1000여만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2015년 6월 한미조세협정에 따라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세무서에 법인세 환급청구를 했다.
쟁점은 미국에만 등록되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국내 미등록 특허) 기술을 사용한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를 국내 원천 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동안 법원은 특허가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특허 속지주의' 법리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는 우리나라에서 '사용'을 전제할 수 없으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한·미 조세조약상 특허의 '사용' 의미를 판단할 때, 조약에 별도 정의가 없는 용어는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현행 법인세법은 특허권의 국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제조 과정 등에 사용됐다면 국내 '사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 기술이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했다면 국내 원천 소득에 해당하며,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우리 정부가 원천지국으로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세청은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30년 넘게 이어진 판례를 바꾸기 위해 총력 대응해왔다.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청을 아우르는 미등록특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976년 한·미 조세조약 비준 당시 입법자료를 찾아내 조약의 문맥 해석에 대한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
또한 국가 간 정보교환 제도를 활용해 미국 역시 특허 등록지가 아닌 실제 사용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해 법원에 제출했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로 현재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인 세액만 4조 원 이상이며, 국내 기업들의 특허 사용료 지급이 계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수십조 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국부 유출을 막고 국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당한 과세 처분을 끝까지 유지하고 국내 과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