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비용 '확' 줄인다…도매시장 경쟁 도입·온라인 거래 대폭 확대

정부,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추진…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중점
도매시장법인 위탁·중개수수료↓…2030년까지 온라인 거래 50%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며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3.7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농산물은 전년 같은 달보다 20.9% 치솟으며 2011년 1월(2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사과가 71.0% 오르며 가장 많이 상승했고 귤(78.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쌀(9.2%), 배(61.1%)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농산물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 2023.3.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농산물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인 유통비용 구조 개선을 위해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중개·경매하는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경매 외 예약 거래 방식의 확대를 꾀한다. 또 도매시장 법인의 중개수수료를 낮추고,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를 담당하게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1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농산물 유통비용 구조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기본 골격은 우선 기존 경매 등 오프라인 도매시장 거래로 이뤄지던 유통구조를 단계적으로 축소, 다양한 거래 방식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맞췄다.

또 소비자에게 기존 경락 가격 등 과거 정보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생산·유통·가격 통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

생산 증대를 위해선 사후적 시장개입에서 벗어나 사전면적 및 공급 관리로 혁신을 꾀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 거래 활성화를 통해 온라인도매시장 전체 도매·유통률을 6%(2025년 현재 기준)에서 오는 2030년까지 50%로 끌어 올린다.

이를 위해 현행 거래 규모 20억 원 이상인 판매자 가입 기준을 삭제·완화하고, 이용자 대상 맞춤형 바우처(물류비·판촉 비용 등 선택) 제공 등 활성화 기반을 조성한다.

또 온라인 전문 셀러와 연계한 농산물 온라인 판매 확대도 지원한다. 지원사업의 하나로 내년부터 농가에는 온라인 셀러 정보와 농산물 유통 컨설팅을 제공하고, 셀러에게는 우수 산지 정보와 맞춤형 물류비 증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예약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거래 방식 도입을 통해 온라인도매시장 기능 고도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산지 스마트화를 통한 유통·물류 효율성도 꾀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주요품목 주산지를 중심으로 농산물의 집하·선별·세척·포장·예냉·저장 등의 상품화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APC를 300개소로 늘린다.

이와 함께 AI 기반 생산·유통 정보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주요 품목 상품화 공정 최적화 표준모델을 현 10개 품목에서 45개 품목까지 개발한다.

도매시장의 경쟁 촉진을 통한 합리적 가격 책정도 유도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도매법인 지정취소를 의무화하고, 신규 법인 공모 등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을 추진한다.

오는 2027년까지는 거래 규모 등 중도매인에 대한 성과 평가 체계도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출하가격 보전 등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농안법 개정을 통해 (가칭)출하 가격 보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도매법인의 과도한 수익 방지를 위해 위탁수수료율 조정·인하도 추진한다. 법인 영업이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당해 연도 환급 또는 차년도 수수료 일부를 인하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소비자가 제철 농산물이나 판매처별 가격, 알뜰 소비 정보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대국민 모바일 앱을 개발, 내년 보급할 예정이다.

오는 2028년까지는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인에게 생산·작황 정보, 도·소매 가격, 할인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농산물 통합 정보 지원 플랫폼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편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는 '유통비용'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3년 49.2%로 10년 전인 2013년(45.0%)보다 4.2%p 상승했다. 소비자가 농산물 1만 원어치를 구매했다면 유통업체가 492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