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확대 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로…'산업통상부' 에너지 뺀다
환경부가 에너지 수급계획, 원전건설·운영 등 에너지정책 주도
산업부 2차관도 환경부로 이관…'인사 적체' 불만 불가피
- 이정현 기자,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정부·여당은 에너지 수급 계획과 원전 건설·운영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결정은 신설될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주도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수출 업무만 맡게 하는 정부조직 개편에 합의했다.
환경부로의 조직 확대 개편에 에너지 기능을 넘겨야 하는 산업부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단독 부처 신설 시에는 인사 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오히려 환경부에 있던 조직마저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되는데, 산업부에서 담당해 온 에너지 등 탄소중립 관련 핵심 기능을 이관받는다. 산업부 내 에너지정책을 총괄해 온 '2차관'직(職)도 환경부로 이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명칭은 '산업통상부'로 개칭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원전 정책 이원화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산업부 내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은 물론 원전산업정책국의 국내 원전산업 육성과 운영 업무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간다.
산업부에는 원전산업정책국의 원전 해외 수출 파트와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을 남긴다. 에너지 수급 계획과 원전 건설·운영 등에 대한 결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도하고, 산업부는 원전 수출 업무만 맡게 되는 셈이다.
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정책실과 국내 원전 정책 소관 업무는 모두 환경부가 담당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고위당정협의회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그간 탄소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현행 분산된 정부조직 체계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총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라면서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겠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윤 장관은 다만 "산업 및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 자원산업 및 원전수출 기능은 산업통상부에 존치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국내 원전 정책 이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중심의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전력기본수급계획을 짜고 원전 건설·운영을 맡으면 원전 신규 건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부가 올 3월 공고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선 2038년까지 10.3GW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해 2038년까지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기후환경에너지부가 2026년 발표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국내 원전 생태계가 위축되면 한국 원전의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면서 "모처럼 훈풍이 돌기 시작한 원전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직사회 반발도 불가피하다. 애초 한 가능성으로 제기됐던 '기후에너지부'를 단독 신설하는 대신,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는 방향의 조직개편 방향이 확정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당장 에너지정책 총괄 업무를 환경부로 넘겨야 하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직(職)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승진에 민감한 공직사회 특성을 고려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개편안 가운데 어느 쪽이든 조직 문화가 다르고 그동안 이질적인 업무를 담당한 두 부문이 하나로 합쳐질 경우 부처 내 갈등·마찰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특히 공정한 인사, 조직 문화 융합을 위한 소통, 통합된 부처 내 각 조직의 역할·책임 명확화 등 부처 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직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 등의 문제를 예방·해결할 방안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 산업부 직원은 "가뜩이나 사무관 인사 적체가 심각한데, 있던 자리까지 줄어들 상황”이라며 “동료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조직개편과 맞물려 인사가 지연되면서 지난 6월 29일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이 2차관으로 임명된 뒤, 에너지정책실장 자리는 두 달 가까이 공석이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장 인사도 기후에너지부 개편 작업과 맞물려 줄줄이 멈춰 있는 상태다.
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미 공모 절차를 마쳤지만, 새 이사장이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수개월째 이사장 공석 상태로 김홍근 전력계통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고, 에너지공단은 이상훈 이사장이 후임 임명 전까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기술공사도 최종 후보자가 내정됐음에도 산업부 제청이 지연돼 임명 절차가 멈춰 있다.
곧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종료됐고,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1년 연장 임기를 부여받았으나 이달 4일 임기가 만료된다.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11~12월 임기가 만료된다.
반면 환경부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환경부 한 고위공직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힘이 실린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서 차질 없이 업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규제와 진흥 사이 균형에 대한 대내외 우려에 대해 알고 있으나, 부처 개편과 상관없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에서 최종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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