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직된 전력시장, 재생에너지 확대 걸림돌…가격기능 강화해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경직적 가격구조가 투자 막아
"전력시장 가격 기능 강화하고, 소매 요금도 연동될 필요"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현재의 경직적인 전력도매시장 구조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설비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제기됐다.
전력량, 용량, 보조 서비스 가격 모두 시장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원리에 기반한 가격 결정 방식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8.5%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변동비가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기상 조건에 따른 출력 변동성은 전력 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발전설비의 이용률이 떨어지고, 송전망 부족으로 생산된 전력을 버리는 '출력 제어'가 발생하는 등 시장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동성에 대응하고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유연성 설비와 충분한 예비 전력 용량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재의 경직적인 가격 결정 구조가 필요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 국내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이 전력량, 용량, 보조 서비스 세 부문 모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실제 전력 공급에 대한 대가인 '전력도매가격(SMP)'은 발전사들의 입찰이 아닌, 전력거래소가 연료비를 기반으로 변동비를 사전에 평가해 결정한다. 변동비가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는 이 방식에 따라 가격을 정하기 어려워 아예 시장 경쟁에서 배제되고 우선 구매되는 실정이다.
미래의 전력 수요에 대비해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대가인 '용량 가격' 역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경직적으로 결정된다. 1998년에 준공된 신인천복합발전소의 건설비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정도만 반영해 매년 산정하고 있어, 기술 발전이나 금융비용 변동 등 실질적인 투자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는 전력도매가격이 오르면 용량 가격이 내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용량 가격이 오르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연동성이 거의 없다.
주파수 안정 등을 위한 '보조 서비스 가격'은 모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연간 보상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직전 연도 공급 실적으로 나누는 방식 탓에, 재생에너지 확대로 보조 서비스 수요와 공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다음 해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주파수를 즉각 제어하는 1차 예비력 공급량은 2021년에서 2024년 사이 33.3% 증가했지만, 정산단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윤 연구위원은 "경직적인 가격 체계에서는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들의 투자가 지체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해질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정책과제로 전력시장의 가격 기능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전력도매가격을 현재의 비용평가 방식에서 발전사들이 직접 가격을 입찰하는 '가격 입찰제'로 전환하고, 용량 가격과 보조 서비스 가격 역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시장원리 강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주문했다. 그는 "해외의 경우 시장 기능을 강화하면서 일부 발전사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을 조정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매요금 역시 전력도매시장 가격 변화에 연동될 필요가 있으며, 지역별 가격제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방안은 한국전력공사의 누적된 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 연구위원은 "도매시장에서의 가격은 변하는 상황에서 소매요금이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한정된 재원하에 발전사들과 한전이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력도매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전력도매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 전력도매가격은 하락하고, 용량과 보조 서비스 가격은 상승하면서 총정산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매요금이 경직적이라면 한전의 적자는 더 누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매요금 역시 도매시장 가격 변화에 연계돼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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