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택시 도입, 면허 보상매입 병행해야" 한은 파격 제안
서울 기준 면허가격 1.2억, 총 5.9조 추산…"면허총량 제한 완화도"
"면허 매입 등 구조개혁, 세종·판교 등 지방부터 전국 확대를"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국내 택시 산업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준비 없는 자율주행택시 도입은 면허 가치의 급락과 택시 종사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가 자율주행 택시 허용과 함께 면허 보상 매입을 지방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한은은 2일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향' 제하의 BOK이슈노트에서 "준비없이 자율주행 택시가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 택시시장 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를 포함한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가 커져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쓴 노진영·김좌겸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 등은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미·중 등 주요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특별한 개선 노력이 없다면 외국의 소프트웨어에 자동차를 맞춤 제작하는 추종자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관련 전후방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주행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고, 자율주행 택시는 관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라면서 택시 산업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구조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자율주행 택시 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보상안이 결합된 개인택시 비중 축소 병행 △지방에서 전국으로의 순차적 확산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자율주행 택시의 진입 통로를 열기 위해 면허 총량 제한과 테스트 규제 완화가 시급하며, 동시에 기존 기사들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시면허를 단순 축소·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보상과 연착륙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상 추정액은 작지 않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는 약 4만 9000개, 가격은 1억 2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총 5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뉴욕의 사례를 언급하며, 자율주행 도입 시 보상이 없다면 오히려 면허 가격이 급락하고 기사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원 조달 방식도 제시했다. 택시발전기금 등 사회적 기금을 조성해 면허를 매입하고, 플랫폼·소비자·자율주행 사업자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택시가 자율주행택시 회사의 일정 지분을 매입해 주주가 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율주행 택시 도입 후보지로는 세종과 판교 등 이미 관련 인프라가 갖춰진 중견 도시를 유력하게 거론했다.
저자들은 "구조개혁은 기존 대중교통 인프라, 자율주행 테스트 여건, 보상기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지방 중소도시부터 성공 케이스를 만들고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에서도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82만 명),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99만 명)과 같이 뉴욕 등 대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거점도시에서 검증을 마친 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점진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화 충격이 작은 지역부터 실험을 시작해야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다.
끝으로 저자들은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시대를 준비없이 맞이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물론 기존 택시 산업 종사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늦기 전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 수 있도록 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기존 택시면허 매입 부담이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여객자동차법 등 규정을 개정하고 기존 택시면허 매입, 이익공유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관련 전후방 사업을 성장시켜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자율주행택시 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방향이 기술과 주행데이터 주권, 국내 정책 연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 국가 자원을 집중시켜 AI 인프라 확보와 R&D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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