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이자 내면 끝'…저소득층 적자 폭 4년 만에 확대

2분기 1분위 24.5만원 적자…전체가구는 흑자 1.2% 증가
먹거리 등 고물가 영향…소득 하위 10% 적자액은 55만원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고기를 고르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저소득층의 적자 규모가 4년 만에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도 코로나19 시기보다 크게 증가했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의 실질 적자액(전국 1인 가구 이상)은 24만 5635원으로 전년 동기(23만 613원)보다 적자폭이 6.5% 확대됐다.

이는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금액으로, 2021년 33만 4247원에서 2022년 26만 2130원, 2023년 25만 3402원, 2024년 23만 613원으로 지속 감소하다 올해 4년 만에 다시 확대됐다.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102만 1700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소득층은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이 소폭 늘었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생활비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02만 6497원으로, 전년(101만 6549원)보다 1.0% 늘었다. 근로소득은 9.2% 줄었으나, 이전소득이 3.6% 증가하면서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87만 5071원으로 전년(86만 7830원)보다 0.8% 증가했으나, 소비지출이 112만 707원으로 2.0% 늘면서 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지출 항목을 보면, 식료품과 주거 관련 비용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전년보다 1.7%, 주거·수도·광열 3.8%, 외식은 1.2% 각각 늘었다. 특히 이자비용은 7.5% 증가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식료품과 주거 등 생활 필수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전체 소비지출의 14%를 차지하는 주요 항목이다.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지만, 쌀(8.1%), 무(27.8%), 마늘(18.5%), 돼지고기(6.5%), 달걀(4.1%), 고등어(12.7%), 김(17.6%), 가공식품(4.3%) 등 주요 식품의 가격 상승률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1분위 적자 가구 비율도 늘었다. 2분기 기준 1분위 내 적자 가구 비율은 56.7%로 전년(54.9%)보다 1.8%포인트(p)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2분기(47.1%)와 비교해도 9.6%p 높다.

소득 하위 10%의 적자액은 더 컸다. 이들의 2분기 적자액은 55만 8398원으로 전년보다 9.0% 늘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5배로, 전년 동기(5.36배) 대비 0.09배 상승했다. 이는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의 5.45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 먹거리 등의 물가까지 오르면서 저소득층에게 치명타로 작용한 것"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