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관세정책, 올해 韓 성장률 0.45%p 깎아…내년엔 0.6%p 타격"

한국, 美 관세율 인상 폭 50개국 중 18위로 중상위권
FTA 무관세 혜택 소멸로 충격↑…"산업 공동화·인재 유출 대비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을 0.45%포인트(p), 내년 성장률은 0.60%p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올해와 내년 각각 0.15%p, 0.25%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미 관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무역 △금융 △불확실성의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 성장과 물가에 둔화 압력으로 작용하며, 그 영향은 내년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관세부과 직후 영향은 선(先)수요 효과 등으로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로별로 보면 무역경로를 통한 성장률 하락 효과가 올해 마이너스(-)0.23%p, 내년 -0.34%p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비용이 오르고 미국 내 총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금속·기계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품목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 경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09%p, 0.10%p 낮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내 관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더 긴축적으로 운영되고, 이로 인해 국내외 금융여건 개선이 지연되면서 투자와 소비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파급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경로는 올해 성장률을 0.13%p, 내년에는 0.16%p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과 가계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나타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한은은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수입 상위 50개국 중 한국은 지난 4월 2일 최초 행정명령 기준 대비 평균관세율 인하 폭이 9번째로 컸다.

다만 기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적용되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15% 내외의 평균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관세율 인상 폭은 50개국 중 18위로 중상위권에 속했다. 이로 인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단기적인 경제 영향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질서와 국내외 산업구조 변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으로 향하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수출품이 국내로 전환될 경우 우리 산업 생태계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야기하고, 그 결과 고용 위축과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미 관세정책은 단기적인 시계에서의 경제 영향뿐 아니라 글로벌 무역질서, 나아가 국내외 정치⋅경제, 산업구조의 변화까지도 초래할 것"이라며 "과거 위기시와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정부·가계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후화된 경제구조를 혁신하고 글로벌 교역질서 변화 속에서 기회요인을 기민하게 찾아 대응하면 이번 충격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