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3% 성장' 청사진…"구조개혁·규제혁신 없인 불가능"

[李정부 경제정책] 'AI 대전환'으로 '3% 잠재성장률' 목표 제시
전문가들 "AI만으론 부족, 구조개혁·규제혁신 필수…재원 우려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국가 AI 대전환을 위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5.8.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급격히 하락하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3%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업·공공·국민 등 전(全)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AI 대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생산성 혁신을 통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3% 잠재성장률'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이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규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목표 달성의 핵심 열쇠인 '규제 혁신'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 방안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일부 회의론도 제기된다.

정부 "AI로 3% 성장" 선언…전문가 "가능하지만 구조개혁 필수"

정부는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우리 경제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1.9%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에는 0%대에 진입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핵심 전략은 'AI 대전환'이다. AI 기술을 산업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 인구 충격에 따른 성장 둔화를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AI의 적극적인 도입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GDP를 최대 12.6%까지 제고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추격 경제하에 설계된 모든 국가 시스템을 선도경제로 전환하는 경제 대혁신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3% 잠재성장률' 목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규제 개선 등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경제 여건만 감안하면 달성이 어려운 목표"라면서도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정책을 쓰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술 진보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 같은 노동제도 개혁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면 이론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정부의 노력에 따라 달려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래 산업으로서 AI 육성은 좋은 방향이지만, 단순히 AI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3% 잠재성장률'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임을 인정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굉장히 힘들고 도전적인 과제"라며 "현 정부 내 목표는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AI 대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중 50조 원에 달하는 민간자금을 어떻게 유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해, 재원 마련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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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열쇠인 '규제 혁신'…구체성·방향성 의문

전문가들은 특히 규제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잠재성장률의 구성 요소인 노동과 자본 투입이 저출생·고령화로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성장의 열쇠는 결국 총요소생산성(생산 효율성) 향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는 '규제 완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규제 개선과 경제형벌 합리화 등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별 규제 재검토나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하반기 중 방안 마련'과 같은 대략적인 일정만 언급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입법 방향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차관보는 이에 대해 "경제정책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되고 조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이 있다. 법인세의 경우 어느 정도 정상화한다는 측면이 있고, 노란봉투법은 사회의 여러 가치들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측면에서 봐주면 좋겠다"며 "정부는 ‘기업이 진짜 성장의 중심’이라는 슬로건 하에 경제형벌 합리화, 메가 샌드박스 등 애로 해소 노력을 위해 전면적으로 기업과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교수는 "생산성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업의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여러 제도나 규제를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고용, 세제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 개선 없이는 3%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