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키맨' 된 협회…정부-업계 간 쟁점 조율 나선다

화학산업協, 정부-10대 석화기업 간 가교 역할 맡을 듯
연말까지 사업재편안 제출…정부, 평가 후 맞춤형 지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본부장 등 석유화학업계 대표들과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공급과잉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 간 가교 역할을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맞춤형 지원을 받기 위해 10개 주요 석유화학기업은 올해 연말까지 자구 노력을 담은 사업 재편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편안 마련과 조율을 담당할 실무 창구로 협회가 부각되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석화업계의 사업재편을 올해 안에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10대 석유화학기업들을 대상으로 연내 사업 재편계획을 제출받은 뒤, 평가를 거쳐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10대 기업은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006650)·한화솔루션(009830)· 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석화업계의 자구노력이 먼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체 개선 노력 없이 '무임승차'해 온 기업들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10대 석화 기업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선 남은 4개월여 동안 진정성 있는 사업 재편안을 제출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정부와 민간기업 간 구조조정 협의와 실무 조율을 담당할 기관으로 한국화학산업협회를 검토 중이다.

협회는 해당 10대 기업이 모두 회원사로 소속돼 있으며, 국내외 석유화학산업 관련 방대한 정보와 정책 자료를 축적하고 있어 전문성과 대표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사업재편 계획은 행정적 절차 면에서 협회 측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며 "사업을 추진 과정에서 절차에 해박한 협회가 나선다면 기업들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2025.8.1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협회는 정부와 기업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는 NCC(나프타 분해설비) 감축 규모를 조율하고, 각 기업의 사업 재편 방향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 방향에서 최소 270만~최대 370만 톤 규모의 NCC 감축 방침을 밝혔다. 이는 국내 NCC 생산능력(1470만 톤)의 18~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업들은 전체 감축량을 맞추기 위해 개별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감축 목표를 업계도 동의했지만, 실제 기업들이 어느 설비를 얼마나 줄일지를 정부가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한을 못 박는 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0대 기업이 연말까지 제출할 사업 재편안을 협회가 일괄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협회 측 입장이다. 10대 기업이 대부분이 대기업 상장사인 만큼, 내부 정보에 해당하는 사업 재편안을 공시 절차 없이 민간협회에 먼저 넘기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 역할은)공정거래 제도와 관련된 법·제도적 측면에서 10대 기업을 지원하고, 금융적 지원을 바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구조개편 방향이 각 회사가 생각한 방향과 다른 측면도 있어, 정부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대책의 상세 배경이나 향후 계획을 계속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향후 구조개편을 어떻게 진행할지, 일정 등을 먼저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