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관세, 한국에 디플레 요인…스테이블코인, 정부와 협의"

ECB 신트라 포럼 정책토론 참석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집값·금융안정 상황 주시"

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 정책 토론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ECB 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미국의 글로벌 관세정책이 한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비은행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일(유럽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관세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2%로 안정적"이라며 "관세가 인플레가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의 이유로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수입의 22%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황에서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밑돌아 국내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총재는 관세가 지난 4월 발표된 26%로 확정되고 철강·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가 지속된다면, 국내총생산(GDP)에 1%를 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성장을 고려해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추가 인하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 최근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급등, 금융 안정 리스크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 약세(환율 하락)는 원화 가치 정상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달러 패권에 이상이 있다기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 약세에 따른 헤지(위험 분산)를 택하면서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 정책 토론. 왼쪽부터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파월 연준 의장, 라가르드 ECB 총재,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ECB 유튜브 갈무리)

비은행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려되는 위험 요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교환이 가속돼 자본 유출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하고, 은행 역할과의 상충 또한 발행에 앞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그간 은행과 함께 토큰화된 예금을 실험해 왔지만, 비은행 기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지 여부는 한은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 패널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우려에 동의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자칫 통화정책 집행 역량을 잃거나 통화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트라 포럼은 ECB가 2014년부터 매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글로벌 금융과 경제 이슈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 총재가 참여한 정책 토론은 신트라 포럼의 하이라이트이며 이번에는 파월 의장, 라가르드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함께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