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700원 넘었는데…유류세 인하폭 유지에 물가상승 압력↑
중동전 확전시 국제유가 150달러 전망…국내 기름값은 이미 오름세
유가 10% 뛰면 물가 0.92%p 상승 압력…전문가들 "인하폭 조정 필요"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지만, '인하 폭'은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향후 국내 석유류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다. 세계 원유 수송의 주요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국내 휘발유 가격은 서울을 중심으로 1700원을 돌파했다. 통상 원유 가격 변동이 2~3주 후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석유류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의 배경으로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의 변동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하게 휘발유에 10% 인하율을,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는 15%의 인하율을 적용했다.
이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는 휘발유 리터당 82원, 경유 87원, LPG 3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유류세율 인하 폭 확대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국제유가가 치솟을 경우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중동 지역 긴장 상황과 유가 변동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석유류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6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67달러, 브렌트유는 77.9달러로 전장보다 각각 3.7%, 4.9% 상승했다.
앞서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처음 공격했을 당시 WTI는 13% 폭등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국내외에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과 라자드는 전면전이 확산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ING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최대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과 같은 무분별한 봉쇄 조치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행된다면 유가가 120달러를 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미 국내 기름값은 오름세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석유류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리터당 9.70원 오른 1706.22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8원 상승한 1632.35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2.38원 오른 1494.94원, 서울은 9.18원 상승한 1584.55원을 기록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뿐 아니라 물가 전반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원유를 중간재로 사용하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대 0.92%포인트(p)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지난 1월 국제유가가 지금과 같은 75달러 선을 기록했을 당시 석유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다. 당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 중 석유류 상승분이 0.3%포인트(p)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국내 물가에도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연장만으로도 물가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추후 유가가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이미 높은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동의 정세를 살피면서 유류세 인하 폭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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