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책이라도"…규제완화 시사한 李 대통령 '경제 우클릭'

[이재명 정부]李대통령, 성장 22회 언급하고 '실용적 시장주의' 강조
전문가 "집권초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구축 관건…지출 효율화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와 관련해 '분배'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취임사에서 '성장'을 22차례나 언급하고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내외적 위기를 맞아 0%대 성장이 예고되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용주의 행보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관건은 그간 규제 방식의 관성을 뒤집기 위해 집권 초기에 실질적인 시스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무분별한 재정 확대를 막을 지출효율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경제와 관련해 "이제 출범하는 민주당 정권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성장'(22회)이었다. 취임 당시의 문재인 전 대통령(0회)은 물론 보수 정당 출신의 윤석열 전 대통령(5회)보다도 많다.

민주당 출신인 이 대통령이 경제 '우클릭' 행보를 나타내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대내적으로는 건설경기 및 내수 침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부과 등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을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0% 등 2.0% 내외의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으로 진보, 보수의 문제보다 (성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메시지는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시장 원리를 중요시하면서 실제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우리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졌으니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건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실용적 시장주의' 언급하며 '네거티브 규제' 강조…"집권 초기에 성패 달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률·정책에서 명확히 금지한 것만 제한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을 뜻한다. 전면적으로 규제한 후 하나씩 규제를 해제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집권 중후반에도 이러한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시스템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규제 완화는 포지티브 규제를 선호하는 관료 사회의 관성 때문에 윤석열·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여러 정권에서 초반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집권 중반부에는 힘이 빠지곤 했다. 진보, 보수 모두 규제 개혁을 주장하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며 "정권 초기에 얼마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느냐가 개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 확대 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민생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른다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곧바로 지금 즉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금 내수가 굉장히 침체한 만큼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건설경기 부양 등 필요한 곳에 잘 쓰면 내수가 진작될 것이다. 내년에 재정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되도록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