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겪으면 내집마련 꿈꾼다"…30대 이하 기혼 남성 '영끌' 확대

한은 "근원체감물가 1%p 뛰면 30대 이하 주택수요 7.4%p↑"
주로 자산하위층 영향…"집값 잡으려면 근원물가 잡아야"

(자료사진)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과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경험이 클수록, 주택을 구입하고자 경향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 상승기에 화폐가치는 떨어져도 집값은 오른다는 믿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남성, 기혼, 자산 하위층의 경우 근원 체감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르면, 주택 소유 확률이 많게는 17%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4일 공개한 '인플레이션 경험이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 제하의 BOK 경제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화폐 자산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줄어드는 반면, 주택 같은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주택 등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해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과 궤를 같이하는 정(+)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가계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주택 등 부동산 수요 증가를 겪으면서 주택의 인플레이션 헤징(hedging) 효과를 체감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분석 결과, 물가 상승률은 '헤드라인'과 '근원 경험' 지표가 올랐을 때만 주택 헤징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쳤다. 비근원 경험 지표는 그러지 못했다.

근원 물가란 일시적 변동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 등의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수를 가리킨다. 물가에 미치는 기조적인 수요 압력을 반영한다.

보고서를 쓴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공급 요인이면서 변동성 심한 비근원 경험 인플레이션보다는 장기적이고 수요 요인인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에 의해 주택의 인플레이션 헤징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30대 이하 △남성 △기혼 △4인 이상 △총자산 소규모 가구를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론 10대, 20대, 30대의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이 1%p 오를 때 같은 연령대의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7.4%p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즉 청년일수록 경험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남성은 헤드라인과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의 1%p 상승 시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각각 2.8%p, 8.0%p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혼 가구주는 자가 주택 소유 확률이 각각 3.8%p, 9.0%p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부유층이 실물자산으로 인플레 헤징을 한다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자산 하위층이 인플레 경험에 기반해 주택 수요를 크게 늘리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총자산 1~2분위는 근원 경험 인플레이션 1%p 상승 시 자가주택 소유 확률이 16.6%p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연구위원은 "총자산이 작아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가계일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주택 소유 확률을 크게 높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최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