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손익표'…"0.25%p 내리면 집값 0.4%·환율 6원 올라"
한은 '세계 5번째 개발' 경제모형으로 분석…금리 파급효과 구체화
25일 금리인하 땐 환율·집값 우려↑…"일단 인하 후 관망할 듯"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기준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얼마나 부양할 수 있는지는 물론, 환율·집값 상승 등 여러 방면에서 지불해야 하는 사실상 '비용'까지 손익표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눈길을 끈다.
4일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분석을 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 시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시차를 두고 최대 0.05%p 하락,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잠재 GDP 성장률 사이 격차(GDP 갭)는 최대 0.07%p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높이는 경우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이 각각 0.05%p, 0.07%p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예상된 셈이다.
동시에 달러·원 환율은 원화 가치 절상으로 인해 많게는 6원 하락, 주택가격은 시장·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최대 0.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집값 하락 등에 담보대출이 제한되면서 가계부채는 약 5조 원 감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준금리 인하의 경우, 비슷한 정도로 반대 방향의 효과가 예상됐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다면 △환율 6원 상승 △집값 0.4% 상승 △인플레이션 0.05%p 확대 △GDP 갭 0.07%p 확대(경기 부양) △가계부채 5조 원 증가 △가계부채 비율 0.3%p 상승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미다.
해당 분석은 한은이 세계 5번째로 개발한 대규모 준구조 거시경제 모형 'BOK-LOOK'으로 산출한 결과다.
경제 모형이란 미래 경제 상황을 내다볼 때 쓰는 도구로, 복잡다단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수많은 변수와 방정식들로 이뤄져 있다.
한은이 개발한 BOK-LOOK은 이 같은 모형 중에서도 유연한 '준구조' 형태를 띠고 있어 국내외 여건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내외 거시경제는 물론 금융 움직임도 고려한 '대규모' 모형에 해당한다.
주요 경제 변수 사이 관계가 하나의 큰 모형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리 인상 또는 인하가 곳곳에 미칠 파문이나 갑작스러운 대내외 충격에 따라 변화한 경제 양상을 포착하는 데 기여해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간 연계가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BOK-LOOK에 따르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경우 한국은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 간 상충을 일정 정도 감내해야 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개시로 1470원을 돌파한 환율이 추가 상승하고, 집값과 물가도 꿈틀댈 가능성이 우려된다.
다만 12·3 비상계엄 여파로 침체한 경기는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잠재 수준을 밑도는 최근 경기를 고려해 일단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전까지 환율이 재차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가시화 등이 이뤄질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될 위험은 있다"면서도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둔화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성장 둔화 우려가 높아진 만큼 여전히 2월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2분기(4~6월) 들어서는 환율·물가·경기 관련 지표를 확인하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책발(發)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늦춰질지, 달러 강세는 어떻게 될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모형 등으로 예측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실제 현실과 들어맞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은 단기에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선제 대응 후 관망하는 것이 오히려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높이는 길"이라며 "2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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