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쓰고 집콕, 여행은 꿈에서" 코로나 때처럼 위축된 소비심리

계엄사태후 국내 소비패턴 급변…오락·의류·외식 지출 의향↓
민간소비 회복 의문부호…한은 "상반기 경기하강 우려 커져"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설치된 예약 현황판 곳곳이 비어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의류, 문화생활, 외식 등 주로 대면 활동과 관련한 소비 지출 의향이 4년 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준까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연초 대목인 점을 고려하면 냉랭한 소비 심리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경기 흐름을 결정할 민간 소비 회복 여부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의류비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1로, 지난해 12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하면서 2021년 1월(90)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이어갔다.

이달 외식비와 교양·오락·문화생활비 지출전망 CSI의 경우 각각 89, 87로 보합세를 보이면서 2021년 2월(88·8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3개 지출전망 CSI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6포인트(p) 일제히 추락한 바 있다. 그 뒤로 한 달 동안 전체 소비지출전망 CSI는 개선됐음에도(102→103) 이들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지난 2021년 초반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중증 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했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를 제외하면 가계가 지갑을 열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오랜 기간 내수를 짓누르던 고금리는 한은이 지난해 10~11월 기준금리 인하를 2차례 연속 단행하면서 한결 가벼워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 연속 1%대로 안정돼 고물가 부담 역시 덜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의류, 문화생활, 외식 등 선택적인 소비에 나설 의향이 거의 없는 셈이다. 오랜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아 온 가계가 최근의 소비 환경 개선에도 '집콕' 패턴을 고수하면서 지갑을 여전히 굳게 닫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여행비 지출전망 CSI도 지난해 11월 96에서 12월 88로 급락한 이후로 개선이 지연돼 2022년 8월(87)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지출전망 CSI는 소비자의 미래 소비 지출 계획을 지수화한 값으로, 6개월 이후 해당 부문의 지출을 현재보다 얼마나 늘리고 줄일지에 대한 판단을 보여준다.

국민들의 소비 심리 회복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을 판가름할 열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에 그치면서 작년 연간 성장률(2.0%)을 기대 밑으로 끌어내렸다. 한은은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낮아진 부분은 주로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반기 내 빠른 소비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지난 24일 "정치 불안으로 인한 성장 위축이 일시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을 1.7%로 유지한다"면서도 "성장 둔화와 소득 증가 정체, 높아진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지출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같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 1분기까지 민간 소비 회복세는 당초 전망보다 낮을 것"이라면서 "상반기 경기 하강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