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감액 예산안 통과…경기둔화·정치불안에 '설상가상'
정치예산 더해 예비비 2.4조 등 깎여…하방 리스크에 추경 불가피
민주 "증액 필요시 추경"…최상목 "안타까운 심정"
- 전민 기자, 이비슬 기자, 손승환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이비슬 손승환 기자 =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1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과 트럼프 관세정책 등으로 인한 수출둔화 우려, 탄핵정국 등에 더해 경제 하방 위험이 추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673조 3000억 원으로 정부안 대비 4조 1000억 원 감액됐다.
세부 삭감 내역을 보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 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 9100만 원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 △감사원 특경비 45억 원 △감사원 특활비 15억 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 원 등 정치적 성격을 지닌 감액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더해 기획재정부의 예비비 2조 4000억 원과 △혁신성장펀드 238억 원 △원전산업성장펀드 50억 원 △기초연금 급여 500억 원 △아이돌봄 지원 돌봄수당 384억 원 △일경험 지원 46억 원 등 정부 정책 사업 예산도 삭감됐다.
여야 협의와 증액 없이 국회에서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사 처음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감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당시에만 해도 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선포 사태와 이에 따른 탄핵정국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예산안 협상도 중단됐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벼랑 끝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진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감액안보다 2조 1000억 원 증액을 요청했다.
국민의힘 역시 마지막 협상에서 감액된 예산 중 1조 6000억 원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00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 8000억 원을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며 협상은 완전히 결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민생예산 등의 증액이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상 정한 재난, 경기침체 등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본예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추경 편성으로 해결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추경 편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도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경제에 더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인 만큼, 감액된 예비비를 어느 정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적으로 보면 특활비보단 예비비가 중요하다"며 "내년도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 여유가 필요한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내수를 진작해야 할 때 재정 여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므로 정부의 소비지출 여력도 그만큼 없어지는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의 여력도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정부는 통과된 예산을 기반으로 민생안전과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산의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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