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인하' 경계한 한은 총재…경제 발목 잡는 가계부채 우려
이창용 총재 "섣부른 금리 인하, 부동산 가격 자극하는 부작용 더 커"
한은 "높은 가계부채 장기화되면 소비 제약해 성장도 둔화"
-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해 경계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의 심각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주택 구매 심리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는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심리가 이를 더욱 부추겨 가계부채를 한계로 몰아넣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8회 연속 동결한 전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3개월 동안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면서도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해선 경계심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는 향후 6개월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금통위원들은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 투자로 이어져 가계부채를 악화하는 상황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금통위에서 의결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신용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01.4%다. 2021년 3분기 역대 최고치인 105.7%보다 4.3%포인트(p) 낮지만, 1분기(101.5%)에 직전 분기 대비 3%p 떨어진 데 비하면 하락세가 더디다.
주택 구매 수요 회복으로 지난해 3분기 가계신용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직전 분기 대비 0.8% 늘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전체 가계 대출 중 주택구입 용도 비중은 1~3월 41.3%에서 4~10월 46.9%로 늘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신용 잔고나 부동산 매매전망 지수를 보면 이렇게 고금리로 힘들어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증식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혀 듣지 않는 게 가계부채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높은 가계부채비율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금융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계 상환부담을 높이고 소비를 제약해 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존 차주들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취약가계, 부동산·건설업 등 대출의 신용리스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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