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3차원 대항해시대…해양기술개발 중요성 더 커질 것"

[오션테크2023 ⑦]분야별 전문가 좌담회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3 오션테크 코리아>가 12월2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해양수산 분야 글로벌 혁신기술의 흐름과 국내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오션테크 코리아 2023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13일 부산 동구 부산역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1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해양수산 분야 글로벌 혁신기술의 흐름과 국내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오션테크 코리아 2023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13일 오후 2시 부산역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문가 좌담회는 김웅서 오션테크 코리아 기획자문위원장(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을 좌장으로 △장덕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 △김지웅 부경대 교수 △이상봉 랩 오투원(Lab 021) 대표 △박준상 시리즈 벤처스 대표 등이 참석해 분야별 혁신 기술과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김웅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15세기말 대항해시대는 범선을 이용해 다른 대륙에서 자원을 가져온 2차원적인 시대라면,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깊은 바다에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3차원적인 대항해시대"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기술개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된 해양과학기술이 활용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기술"이라며 "(개발된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고 그 수혜를 국민들이 다 같이 가질 수 있을 때 그 기술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 또는 연구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로 독자개발은 힘들다"며 "기술개발자와 산업 제품 생산 분야, 활용하는 입장에서 네트워킹이 잘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웅서 오션테크코리아 기획자문위원장(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해외 기술 선진국들도 태동기…해양 신산업 분야에서 기회가 찾아올 것

이날 전문가 좌담회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덕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사는 해양경제 전반에 대해 기술개발 과정과 상업화의 간격을 언급했다.

장 박사는 먼저 "과거 해운항만 분야는 민간 중심으로 해서 발전을 했는데 반해, 최근 조금씩 부각되고 있는 블루푸드 분야들은 주로 연구자 중심으로 시작되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자 중심으로 시작되는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 연구개발(R&D)를 통해 발전하는 특징들이 있어 시작할 때부터 시장과 간격이 있으며, 개발된 기술이 상업화 과정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 박사는 "해양바이오 분야를 예로 들면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게 우리나라 전체 특허 중 절반 이상이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다"며 "특허는 개발된 기술을 보장받기 위한 문서로 기업이 소유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장덕희 박사는 개방형 생태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개방형 생태계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운을 띤 뒤 클러스터를 예를 들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글로벌 관점에서 블루이코노미, 즉 해양 경제는 지금 핫이슈가 되고 있다"며 "육상에서 산업 발전이 한계에 이르고 있어, 새로운 동력을 해양이라 공간에서 찾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어 "자원과 소재, 산업소재는 의미가 다르다"며 "산업 소재는 기능성과 함께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해야만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산업적 요소를 고려하면)해양 신산업 영역에서는 조금 앞서 있기는 하지만 해외 기술 선진국들도 태동기"라며 "100m 달리기라고 가정하면 (해외 기술선진국들이) 지금 5m 정도 앞서 있지만 아직 95m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미국, 유럽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에서도 스타트업들이 해양 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진입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해양 신산업 분야에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피력했다.

장덕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관련 벤처 기업 개발·활동 할 수 생태계 구축해야…재단 설립 필요

블루 푸드테크 분야 전문가로 나선 김지웅 부경대 교수는 △글로벌 흐름 △ 국내외 기업 동향△정부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먼저 김 교수는 수산 부산물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북유럽과 브라질에서는 화상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산물들을 단순히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방식으로 활용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탄소 흡수 기능 등으로 블루카본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조류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미역을 친환경 양식으로 생산해 유기농 인증을 받고, 이를 유기농 스낵으로 판매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업들은 비건 소비자와 글루텐 프리 등을 대상으로 친해양을 강조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흐름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인공 배양육과 식물성 대체 단백질에 대해서는 "실제 식물성단백질로 생산된 연어를 먹어본 소비자들이 놀랄 정도로 기술력은 향상됐다"며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비건 시장이며, 그 규모가 2022년 기준 약 19조 원, 소비자가 이미 8800만 명 정도로 형성이 있는 반면 대체육 시장은 윤리적인 문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거부와 일부 국가의 농업보호 정책 등으로 다소 주춤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비건 시장은 현재 약 250억 원 정도의 규모지만 매년 150%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식물성 참치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여러 벤처기업들이 창업하고 있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고 국내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벤처 기업들이 앞으로 (이러한 제품들을) 어떻게 상용화해서 시장에 자리 잡느냐가 제일 문제"라며 "연구개발(R&D) 또는 상용화 공정과정 개발에 필요 자금 등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블루 푸드테크의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엘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엑스프라이즈재단과 같은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며 "엑스프라이즈재단에서는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블루 푸드테크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경진 대회를 개최해, 많은 기업들이 네트워크 형성, 기술 개발,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AI 데이터 기반을 활용한 식물성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도 대회 결승에 진출해 맛과 크기, 영양, 식감 등에서 90% 이상의 식물성 대두 단백 닭가슴살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며 "이런 (블루푸드테크)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개발할 수 있고, 활동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만들어주는 생태계를 구축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웅 부경대학교 교수

◇선박 탈탄소화 불확실 상태…기술개발 실패 품는 시스템 있어야

오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해운물류 전문가 이상봉 랩 오투원(Lab 021) 대표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랩 오투원(Lab 021)은 선박이 다양한 연료를 쓸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에너지사용 환경에 맞춰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연료를 아끼기 위한 에너지 오퍼레이팅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 7월 해운 분야의 탄소배출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하는 기존 목표를 훨씬 넘어, 100% 감축으로 수정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결정이 나온 배경에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실행해야지만 기후 변화가 급격히 나타나는 (지구평균기온)1.5℃ 상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IMO결정에 따르기 위해서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의 대체연료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양산이 되지 않아 어렵다"며 "해결방안으로는 탄소포집 장비를 갖추는 것인데 이것마저 2045년까지 공급 부족으로 어려워, 선사에서는 탄소세를 포함해도 현재 사용 중인 화석연료가 저렴하다고 생각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소형 해운사의 경우에는 대형 해운사에 비해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탈탄소화 관련 전문인력 및 IT시스템 부재로 인해 대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디지털화를 통해 선박 관리의 효율을 높여가는 대형 해운사에 비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체연료가 나오더라도 현재 사용 중인 연료보다 3~6배 정도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정부가 관련 기술개발자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이들을 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젊은 인재들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친환경 기술의 바우처 사업 또는 구조적 지원과 함께 친환경 선박으로의 대체 유도 등도 필요하다"며 "탈탄소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기업 육성방안, 선박 공급 인프라, 관련 규정의 법제화 등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탄소화와 함께 국내 해운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디지털화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해운사 운영방식을 고려한 디지털 기술의 개발을 통해 해운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해운디지털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 초기 기술을 선점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봉 랩오투원 대표

◇해양수산 투자 보수적인 성격 강해…좀 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기업투자유치 분야에서는 벤처기업 투자 전문기업인 시리즈 벤처스 박준상 대표가 해양수산 부문 투자현황에 대해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 대부분은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연구소기업이라는 좋은 제도를 활용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구소 기업에) 투자를 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박 대표는 "기술이전비 지급 외 연구기관에 10%의 지분을 더 주게 돼 있다"며 "초기투자부터 단계적으로 투자를 해서 기업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했었을 때 초기 10%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연구 기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연구자들이 창업하는 것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내 대기업에서는 사내벤처 육성을 위해 창업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창업 후) 복직을 원할 경우 복직하는 제도처럼 연구소에도 이 같은 제도가 필요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연구소에서 민간으로 기술 이전하는 경우에도 연구개발(R&D)성과를 위해 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다른 사람의 기술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내재화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개발한 교수 또는 연구자들이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속적인 지원들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 대표는 "해양수산분야의 투자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해양수산펀드의 경우도 목적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투자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벤처부 펀드 등 다른 정부펀드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산업의 융복합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말을 맺었다.

박준상 시리즈 벤처스 대표

bsc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