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800원대 터치한 원·엔 환율…여행수지·수출 악화 우려
한 때 원·엔 환율 800원대 하락…900원대 회복
여행수지 적자 키울 듯…수출 경쟁력에도 악재
-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이같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5.21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8시23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이다.
다만 원·엔 환율은 800원대를 찍은 후 다시 900원대를 회복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완화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했다. 또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여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 오른 128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저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장 일본행 여행객이 늘면 여행수지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되고, 이는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지난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32억3500만 달러로 2019년 3분기(32억8000만 달러 적자) 이후 가장 크다.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에 있어서도 엔저 현상의 장기화는 악재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철강 등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 상승율이 1%p 상승(엔화가 1%p 절하)하면 우리나라 수출가격은 0.41%p 하락하고, 수출물량은 0.2%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출금액 증가율은 0.61%p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겠지만, 당분간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일본과 겹치는 비율이 높다"며 "엔저가 장기화하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개 원·엔 환율이 800원 선으로 떨어지면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수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외환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원·엔 환율을 900원선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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