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창용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는 비정상적…경고할 필요"
"3%대 진입 확신 이전에 인하 논의 안 하는 게 좋다"
"올해 성장률, IT 부진 등으로 2월 전망인 1.6% 소폭 하회"
- 김유승 기자,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과도하다'고 평가하면서 "정상적이지 않다는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이전엔 금리 인하 언급이 부적절하다"며 "물가가 예상 수준인 3%대에 진입하고 충분히 이하로 떨어져 중장기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진 인하 논의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해 "IT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지난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전망에 대해선 "2분기엔 3%대 물가 상승률을 전망한다"며 "상반기까지 저희 예상은 신뢰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다만 "물가가 여전히 높고 현 전망 대로 물가 둔화가 이어져도 목표를 상회하는 흐름이 연중 지속되는 것이기에 아직 물가가 안정된다고 안심하긴 이르다"며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일단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향후 3개월 최종 금리 수준 전망이 궁금하다. 수출 부진도 만회가 어려워 외환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최종금리 관해선 지난 2월과 같이 이번에도 금통위원 5명은 당분간 금리를 3.75%로 가져가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1명은 3.5%에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5명이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자고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물가에서 예상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도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과 관련해 하반기 이후 물가 경로의 불획살성이 크다. 두 번째는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지난후 주요국, 미국이 통화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아직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 5명의 의견이었다.
외환시장 불안과 관련해 어떤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저희가 거기에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크면 저희가 당연히 금리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을 통해서도 거기에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역수지 적자 기조 때문에 환율 절하 기조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생각이라는데, 저는 당연히 그렇게 기대하는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무역수지 적자나 4월 배당금 지급, 이런 것들이 다 기대가 된 수준이며, (이미) 반영됐을 것이다. 무역수지도 하나의 주요 요인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SVB 사태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이 지속될지 아닐지 그런 것들도 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어느 한 방향으로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외환시장의 위기라고 말씀하시는데, 예전과 달리 우린 채권국이다. 외환 보유고가 4550억달러 넘게 남아 있고, 어느 정도 경상수지, 무역수지 적자가 나고 어떤 변화가 있든 우리 스스로 예전처럼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고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큰 폭의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금리 인상 효과가 상반기에 클 것이라고 했다. 수요 압력 악화로 헤드라인 물가가 2분기 3%대로 떨어진다고 했다. 금리 인상이나 수요 압력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건 근원물가인데 왜 더디게 떨어지고 있고, 근원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헤드라인 물가 전망은 그대로인데 근원물가 전망만 상향한다는 것은 식료품, 에너지 가격이 2월 전망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우선 저희가 금리를 올린지 거의 1년 반, 대부분 많이 올린 게 지난 1년이었다. 물가에 주는 영향이 올 상반기 많이 나타날 걸로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물가율과 근원물가율을 비교할 때 근원물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떨어지는 건 근원물가의 문제라기보다 소비자물가가 많이 떨어지는 탓이다. 에너지 가격이 작년 3월부터 많이 올라 그 기저효과가 많이 반영된 것이다. 일반 소비자물가는 작년 물가 때문에 빨리 떨어지는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기와 가스 요금을 덜 올렸다. (물가 상승을) 완충시키는 효과로 국민에 주는 충격을 덜가게 하기 위해 전기, 가스 요금을 덜 올린 게 올해 반영되는 데 대한 효과가 있어서 전기, 가스 요금을 반영한 근원물가는 보통 소비자물가보다 좀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거리두기가 끝난 후 지금 투자나 다른 수출은 많이 떨어졌지만 소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물가가 다른 물가에 비해 둔화 속도가 느리다.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근원물가가 일반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말엔 3% 수준으로 갈 걸로 기대한다.
-2월에 '안개'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물가가 전망에 부합하며 하락하고 있고, 미국 연준의 최종금리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도 줄었다. 그런데 이번 통화정책방향의결문은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의결문을 보면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가능성을 보이는 등 경기 전망은 어려운데 물가는 전망에 부합하며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2월에 '안개' 비유를 한 것은 당시 금리 인상 7차례 이상 한 후 처음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안개를 통해 비유의 말씀을 드렸다. 지금은 기존 불확실성은 명확해진 반면, 그 뒤 SVB 사태, 크레디트스위스뱅크 등 전세계에 있었던 여러 일들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많이 제기하고 있다. 아직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번에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건 우리만의 상황 아니고 1/4분기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지않냔 기대가 SVB로 찬물이 끼쳐진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성장 둔화를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금리 인상 기조가 곧 종결될 것이라는) 금융 시장의 반응에 대해 말하자면, 금통위에는 시장 기대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잠깐 인상을 중단하고 영향을 보자, 물가 경로가 우리가 예상한 바가 아니면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분이 5명 이상이었다.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금리가 인하될 거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 이건 미국에서 특히 그런 기대가 형성되는 것에 따라 국내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위원들은 그런 기대가 과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은 좋지만 수입 물가에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현재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보나. 지금 무역수지 흐름을 고려하면 1300원대 환율을 통상적으로 인식했던 위기의 환율이 아닌 적정 수준으로 봐야하는 것인가. 또 경기와 금융 불안과 관련해서 국내 상황으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하고 해외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도 나타났다. 여기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경기와 금융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거란 우려도 있다.
▶우선 환율 대해선 1300원이든 그 수준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적정 환율이란 개념은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변동성이 심하면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원화가 절하되면 수출이 늘고 대신 물가는 올라서 경쟁력이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제 공급망이 발전한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장단점이 다 섞이고 영향받는 사람이 다 다르다. 특히 예전처럼 외채가 많았을 경우 환율이 오르면 국가 부도가 난다지만 지금은 우리가 채권국이다. 일반 국민들도 국내 주식시장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 투자하는 분들도 많다. 환율도 하나의 가격 변수로 생각하면, 변동할 때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시스템, 금융의 불안이 없도록 하거나 환율이 빠르게 변화할 때 불확실성을 조정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금리를 빠르게 올린 건 물가를 우선 잡지 않으면 다른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게 어떤 것이 부러지지 않게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주요정책 목표 중 하나이고, 한은과 각국 중앙은행은 이를 분리해서 물가 목표와 금융 안정을 다루는 다른 툴을 사용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물가는 계속 잡아야 함에도 금융안정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가지 조치를 통해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금융 안정도 유지하는, 그런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금융 안정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것에 제약을 받는, 소위 학계에선 금융 우위라고 하는데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다양한 툴을 가지고 있다.
지금 저희는 예상 물가 수준을 3%로 보고 있다. 물가가 충분히 그 이하로 떨어져 중단기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가 경로에 대해선 상반기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엔 불확실성이 높아서 하반기 전까지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금융시장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고 말씀하셨다.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결정을 하면, 시장에서는 겁만 주고 행동은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정확히 말하자면, 금리 인하는 아직까지는 고려할 단계가 아니고, 물가가 2%에 수렴하는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맞는지 우리가 맞는지, 경기나 물가 흐름에 대해 누가 맞는지는 사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저희는 (기대가) 이렇게 가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워닝(경고)을 드릴 필요는 있지 않나, 이런 면에서 금통위원들 몇 분이 말씀했다.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흡수하며 지난해 같은 자금 경색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한전채는 작년 발행 물량 자체가 컸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시장 전체가 경직되며 발행 물량이 더해지며 충격이 컸다. 지금은 시장이 많이 안정됐다. 한전채가 전기 요금도 올라서 작년 만큼 부담을 안 주겠지만, 그래도 한전채가 많은 물량 발행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시기와 폭이 문제지만 정부도 전기 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하면서 이 문제에 대응할것으로 기대한다.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잘 안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사인으로 보고 있는 게, 작년에 급격히 하락한 부동산 경기가 하락은 지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많이 둔화됐다. 그 얘기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작년보다는 커졌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PF가 어떻게 될지는 부동산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제 금리 동결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부동산PF 우려가 줄었으면 하는 게 저희의 생각이다. 실제로 지금 부동산PF 연체율은 과거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부동산과 관련된 부실률, 연체율이 금리가 오른 것에 비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 절대로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본금과 대손충당금을 볼 때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금리를 올려 조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한두 개 금융 기관들이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저희가 할 일은 이런 한두 개 금융기관에 어려움이 생기면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여러 대응 대책과 툴을 마련하는 것이다.
-SVB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향후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나라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우선 이번 SVB사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건 두 가지다. 하나는 물가 안정 목표와 금융 안정의 목표 간 상충 관계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거기에 대해 준비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퍼졌다. 두 번째는 이번 사태 이후 금융불안으로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반적으로 저희는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 보는 것이, 구조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고정금리 대출이 컸고, 가진 채권·증권 만기가 길어 이자율이 오를 때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정도가 크다. 우리나라 변동금리 채권이 많고, 채권 만기도 짧다. 금융 중개기관보다 최종 소비자인 가계에 주는 영향이 크다. 올 수 있는 충격의 성격이 달라서 같은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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