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홍남기 "코로나 시기 추경 7차례, 돌아가도 같은 입장"
퇴임 전 출입기자 간담회…"국가채무 상승은 불가피, 재정준칙 필요"
"한국판뉴딜, 기조 유지됐으면…물가는 기업·민간 협력도 중요해"
- 권혁준 기자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퇴임을 앞둔 '최장수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년간 코로나 위기로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데 대해 "다시 돌아가도 같은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4일 오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소회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18년 취임해 총 7차례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는 전부 코로나19 위기가 닥친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2년여에 집중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편·선별 지원 여부와 추경 규모 등을 놓고 청와대·정치권과 여러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다시 돌아가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당시의 7차례 추경은 불가피했다. 여러 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넘더라도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데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양쪽 측면을 다 고려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다시 되돌아가도 같은 입장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7차례의 추경과 함께 국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위기 전 40%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어느 덧 50%를 넘게 됐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의 상승 속도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국가채무비율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면서 복지제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재정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이 반드시 도입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부총리 재임 시기에도 재정준칙의 도입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재정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오름세를 어느 정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새 정부에서도 재정준칙을 설정하겠다는 의지가 보여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그린·휴먼·지역균형 등을 강조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서 우선 순위가 바뀌거나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어도 한국판 뉴딜의 정책 기조와 예산사업은 유지돼야한다"면서 "이 네 가지는 글로벌 추세나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에서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물가가 치솟고 있는 데 대해서는 "걱정이 크다"면서도 "5월1일부터 유류세 30% 인하를 단행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노력에 더해 민간과 기업들이 도와줘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정부와 민간, 기업이 다같이 힘을 합해야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홍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어제 마지막 국무위원 오찬이 있었다. 대통령과 오래 호흡을 맞췄는데 소회는.
▶다른 장관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몇 차례 사의표명도 했는데 대통령께서 거둬주시기도 해서 상당 부분 저에게 신뢰를 많이 줬던 것을 느낀다. 제가 SNS를 3일에한번 꼴로 올렸는데 대통령이 내용 보고 자주 리트윗을 해주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 주셨다고 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 정부(박근혜 정부)에서 차관을 하다 문 재인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물러나지않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도, 문재인 정부 때 장관급으로 5년 한 사람도 제가 유일하지 않나 생각한다. 5년 내내 장관직 수행할 기회를 가진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통령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퇴임 후 방향을 생각해놓은 게 있는지.
▶내일 모레까지는 부총리직을 수행해야해서 크게 생각한 바 없고 별도 계획도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정치영역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다. 한국 경제와 관련되는, 나름대로 37년 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재임기간동안 추경이 여러차례 있었다. 국회와 많은 마찰이 있었는데 추경 편성 과정의 소회를 듣고 싶다.
▶3년 반 동안 코로나 위기에 7번 추경했고, 본예산 4번 정도 해서 총 11번 정도 했다. 돌아가서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당시의 7차례 추경은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울 때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 넘더라도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위해 양쪽 측면을 다 고려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되돌아가도 같은 입장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국가채무는 상승 속도가 가팔라서 각별히 경계심 가질 필요 있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50%지만 앞으로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 재정이 가진 특성도 그렇고 우리 복지성숙도가 선진국만큼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고령화에 따른 복지제도 사회안전망 확충과 연계해 재정지출이 꾸준히 늘어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름세를 어느 정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준칙 마련 공약을 내세웠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내놨던 것과 다른점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반영되면 좋을지.
▶재정준칙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대부분 갖고 있다. 우리 경제력 규모나 재정상황 등을 감안하면 우리도 반드시 도입해야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다음 정부에서도 재정준칙을 설정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는 저희가 재정준칙 산식을 만들어 제시했는데, 개인적인 소망은 그대로 수용해서 재정준칙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일정 부분 변경이 있더라도 합리적으로 조속하게 재정준칙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국판뉴딜 사업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한국판뉴딜은 디지털·그린·휴먼 뉴딜에 지역균형뉴딜을 더한 형태다. 이 네 가지는 글로벌 추세나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다음 정부에서 이와 같은 기조가 유지되기 바란다. 이를 구성하는 예산 프로그램에 있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부 조정이 있더라도 한국판 뉴딜의 정책기조와 예산 사업은 꼭 유지돼야한다고 본다.
-어제 통계청에서 4월 물가 발표됐는데 5%에 육박한다. 퇴임 앞두고 뼈아픈 성적이 아닌지. 새 정부에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4월 물가가 4.8%다. 저도 걱정이 크다. 경기 회복과 성장력 견지도 중요하지만 생활물가를 안정적으로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우선순위라고 생각된다. 다만 물가가 국내 수급 요인 등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적용되는 상황이라 이를 같이 봐야한다. 5월1일부터 유류세 30% 인하를 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 대부분은 강구하고 시행했다고 생각한다.
정부 노력에 더해 민간과 기업들이 도와줘야 할 부분도 있다. 정부가 정책만으로 잡기 어려운만큼,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다같이 힘을 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가 오름세는 심리를 잡는것도 매우 중요하다. 물가가 '오른다, 오른다'면서 통계적 지표를 토대로 심리가 상승작용 일으킬 때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이면서 악화된다. 다음 정부에서도 정부 나름의 추가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할텐데, 기재부 직원들이 같이 힘을 합해 정책적 노력 기울여 나갈 것이다.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안떨어지는데, 퇴임 전 한번 더 하실 생각있나.
▶지난주 경제중대본 때 제가 말씀드렸는데, 떠나는 부총리가 얘기하는데 무슨 시장영향력이 있겠나. 한 가지 말씀드리면 환율이 시장 수급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투기적 수요가 시장에 가담하는 두 가지로 본다면 최근의 환율 상승은 전자에 의한 측면이 많다. 국제 글로벌 위기가 워낙 강하다 보니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강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근본적으로 큰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추경호 부총리가 10일 취임하는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출입기자들이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기재부에서 동료이자 선배로서 업무를 같이했는데, 국회의원 시절엔 기재위원이라서 2년 내내 저는 답변하고 질문을 받는 관계이기도 했다. 저하고는 생년월일도 똑같은 분이라는 인연도 있다. 후임 부총리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잘 할수 있도록 출입기자분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후임 부총리와 사적으로 친한가.
▶코로나 위기 때 여러 차례 추경하는 과정에서 추경호 의원님이 기재부 업무를 잘 알고 있어서 조율 등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지내고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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