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팍팍한데…10년 만의 고물가와 맞물린 전기·가스요금 인상
[고난의 고물가·고금리]③연내 추가 요금인상 예고…물가부담에 휘는 서민허리
인수위, 공공요금 인상 '제동' 걸겠다지만…억눌러온 요금에 공기업 눈덩이 적자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이달 일제히 오르는 등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3개월 만에 4%대를 기록하는 고물가 상황에서 연내 추가적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서민들의 물가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공요금 조정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뛴 원재료 값을 메워야 하는 공기업의 경영난을 고려했을 때 요금을 무작정 억누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억' 소리 나는 물가에 인수위, 공공요금 '동결' 검토…에너지 공기업 경영 악화는 '고민'
13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년간 260%가 넘게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 상승률은 50%를 갓 넘겼다.
전기요금이 생활 필수 요금이라는 이유로 인상이 억제되어 온 영향인데, 그사이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은 악화됐다. 한전의 경우 요금인상을 억누른 지난해 5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적자가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조는 새 정부 들어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해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 등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창조적·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부문에 관한 요금"이라며 "방만하게 운영하고 가격 인상요인을 누적시키면서 때가 되니 올려야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인상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요금 결정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물가 흐름 속 서민들의 필수 생활지출인 공공요금의 인상은 서민생계와 직결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오른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의 질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가급적이면 공공요금 인상을 늦춰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전력 생산 원료인 연료비를 반영해 전기요금 체계를 현실화 하겠다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고려해 사실상 인상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초부터 전기·가스요금 일부가 인상되면서 타오르는 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연말 더 이상 공공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인상안을 발표했다. 정부 인상안대로면 전기요금은 이달에 이어 오는 10월 kWh당 4.9원이 추가적으로 인상될 예정이고, 가스요금은 5월, 7월,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올해 인상분을 미리 예고한 셈이지만 1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 상황과 그간 억눌러 온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며 퍽퍽해진 서민 삶에 '악' 소리가 나게 됐다. 인수위가 '동결' 혹은 '최소화' 하겠다는 것도 향후 예정되어 있는 인상안에 대한 제동의 성격이다.
일단 물가를 잡아보겠다고 나섰지만, 에너지 업계의 경영 악화는 인수위의 고민을 깊게 한다. 한전에 따르면 1984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전기요금의 실질 인상률은 -58.2%이다. 지난달 한전이 사들인 전력도매가격(SMP)은 1kWh당 192.75원인데, 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108.1원)를 볼 때 1kWh당 84.65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이유로 묶여있다. 2015년에는 심지어 낮은 국제유가를 반영해 도시가스요금을 2번 인하하기도 했다.
◇공공요금 '억누르기'만으론 한계…독립적인 에너지요금 규제위원회 필요성 대두
이같은 상황 악화로 인해 전문가들은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한 만큼의 인상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가를 감안하면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는 게 좋겠지만, 요금을 현실화 해 에너지 공급 사업자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일각에선 독립적인 규제위원회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공공요금이 영향을 입지 않도록 독립 규제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전력·가스시장에 대해 오프젬(OFGEM)을 통해 규제하고 있고, 미국은 주정부 공익사업위원회(PUC)에서 요금을 결정 권한을 갖는다. 독일의 경우는 연방네트워크(BNetzA) 기구에서 에너지뿐 아니라 우편, 통신, 철도 요금까지 최종적인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기위원회에서 연료비 연동제 등을 다루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설치된 데다 안건 심의 정도의 명시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이후 최종 결정을 산업부 장관이 내리게 되면서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학계 등에서는 전기요금 등에 관한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정치적 상황에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 교수는 "해외의 경우 별도의 규제위가 있어서 독립적으로 요금 결정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다보니 우리와 같은 정치적 요금 억제 상황이 반복해서 생기지는 않고 있다"며 "에너지를 별도로 관장할 규제위원회를 만들어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요금 결정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금 현실화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는 나중에 더 많은 돈을 국민들이 갚아야 되는 형국이 될 수 있기에 국제연료가격이 인상된 만큼은 조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도화를 통해 보장하는 인상분 만큼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제도가) 작동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장기적 과제로는 새 정부가 공언한 '탈원전 백지화'를 통해 안정적 전력 확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인수위가 한전의 적자 원인이 탈원전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 만큼, 원전을 조화한 에너지 정책을 기반으로 공공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위원회는 전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열고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 전기료가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위 '기후·에너지팀'이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탈원전에 따른 한국전력의 추가 비용 발생으로 한전의 부채는 2016년 49조9000억원에서 2021년 6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 위원장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면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조합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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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마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등 메가톤급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년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당분간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치솟은 유가와 원자잿값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낮추고, 제품가격 상승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져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이에 <뉴스1>은 고물가와 금리 상승기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과제를 기획 시리즈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