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카드 수수료"…CBDC 도입 준비하는 한국은행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진행…"올해 6월 이후 기술 검증 확대"
금융시장 지각변동 예상…"카드사·간편결제 수익 악화, 시중은행 위기"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뒤 스마트폰에서 앱카드로 결제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는 모바일 앱에서 '디지털 오만원'을 꺼내 결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법정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이 준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미래다. 아직 도입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CBDC 도입시 수수료를 동반한 신용카드의 인기는 그만큼 시들해질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와 'CBDC 모의실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한은은 CBDC의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그라운드X와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그라운드X는 지난해 8월2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1단계 연구를 마쳤다. 가상 환경에서 CBDC를 구현하고 제조, 발행, 유통 등 화폐의 기본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2단계 연구는 지난달 23일부터 올해 6월22일까지 진행된다. 가상 환경을 토대로 오프라인 결제 구현과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이번 2단계 사업이 종료되는 올해 6월 이후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CBDC 활용성 실험과 기술 검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도 모바일 앱을 통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CBDC는 카드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사용자들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모바일 지갑에 법정 전자화폐를 넣고 다니다가 시중은행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직 발행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며, CBDC 유통에 참가하는 민간기관의 범위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민간기관의 모바일 앱을 통해 CBDC를 시중에 유통한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민간기관에 시중은행만 참여시킬지,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도 폭넓게 참여시킬지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CBDC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제도적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미 CBDC 시범 운영에 들어갔으며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 유로화'를 위한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가장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던 미국도 최근 CBDC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2020년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CBDC와 관련한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하겠다고 응답한 중앙은행은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2019년 80%에 비하면 6%p나 늘었다.

CBDC 도입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금융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CBDC 이용 시 신용카드나 간편결제를 쓰지 않고 앱을 이용해 바로 상대방의 전자 지갑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음으로 카드사와 간편결제 회사의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며 "CBDC 계좌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예금이 대거 중앙은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시중은행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se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