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소득 아닌 자산격차…中 위험에 무역이 바뀐다"

[신년 인터뷰]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새해 첫 과제는 부동산 공급·가격…인플레 아직 걱정거리 아냐"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흔들린지 만 2년째를 맞았다. 경제와 방역, 안보가 사슬처럼 얽히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새해, 우리는 "과연 또 어디가 경제의 약한 고리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어보고 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신년을 맞아 뉴스1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역시 주거 문제가 새해 가장 주요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주(住)'에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꼽은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최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우리 경제 문제는 정치·사회는 물론 안보와도 연관돼 있어 당면한 과제가 정말로 많지만, 그럼에도 주거 문제가 가장 주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득 수준 걸맞은 주택 공급됐나 봐야…새 정부 과제"

여기서 김 교수가 언급한 주거란 단순히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게 아니다. 핵심은 우리 경제가 이룩한 '성장'에 걸맞는 주택이 잘 공급됐는지, 또 그에 따른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됐는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상당 수준 올라 선진국 대열에 들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이 수도권과 지방에 충분히 공급됐는가, 또 공급이 될 것인가는 쟁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년간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 국민 누구라도 동의하는 현실이다.

김 교수는 "올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과연 적절한 수준인가를 우선 챙겨야 한다"며 "이는 기본 의식주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간 세간에서는 한국의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김 교수는 다르다. 그는 "소득 불평등이라는 건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이제 국민 소득 수준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선진국이 됐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자산' 불평등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김 교수는 "정책 실패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이건 치명적"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득 불평등보다는 자산 불평등이 우리를 상당히 힘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책 담당자들이 이런 상황을 예견했어야 했다. 새 정부나 지금 정부가 다시 또 고쳐서 잘해야 하고, 다시 실패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인플레 아직은 큰 문제 아냐…경쟁적 재정지출은 주의"

다른 화두인 인플레이션은 어떨까. 지난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9년 만에 2%대를 기록했다. 이에 조야에서는 인플레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반면 김 교수는 부동산과 비견해 인플레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우선 김 교수는 "두 번째 과제는 인플레인데, 외국에서도 국내에서도 인플레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본래 인플레는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그런데 6개월 동안 물가가 올랐다는 건 인플레로 보기 어렵다"면서 "그러면 잘못된 해결책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6개월, 1년, 1년반 등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 물가 상승은 지속된 상승이라고 해도 2~3%대로, 얼마 안 된다"고 부연했다.

물가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20~40%를 넘어 100%, 1000% 이상 폭등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그것이 무서운 인플레"라며 "지금도 정책적으론 원인을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문제는 1년 이상 지속되는 진짜 인플레"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진짜 인플레는 어떻게 확산하고 잦아들까. 김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돈을, 통화를 얼마나 찍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대외 충격에 의해서 국내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내지 않으면 인플레는 촉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카고 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이 '화폐적 현상'이라는 명제를 일생 동안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본원통화의 빠른 증가가 인플레와 직결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가 적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단, 정치권이 조심할 부분이 있다. 재난지원금처럼 수십조원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의 경우 시중에 막대한 양의 통화를 뿌리는 효과가 있어 예상 인플레를 움직인다.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이런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우려를 사게 된다"고 경계했다.

◇"불공정 무역은 오래 못 간다…세계무역질서 바뀔 것"

다음 당면 과제는 일자리, 또 산업 정책의 고도화다.

김 교수는 "우리 산업구조가 3차 혁명을 지나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시대가 찾아왔다. 과학자나 기술자가 배출돼야 한다.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번 4차 혁명은) 워낙 넓고 오래갈 것이기에 학계와 정부, 기업 대표가 모여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와 무관치 않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든 불확실성 속에서 국제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산업 고도화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향후 새로운 세계무역질서가 시작되리라는 점을 예견했다. 아울러 1~2년 내 백신 개발과 비대면 생활 양상,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실망과 불신도 예상했다. 그의 최근 저서 <외국인 직접투자와 한국의 경제정책>(2020)에 적힌 생각이다.

김 교수의 분석은 경제학의 무역이론과 근 20년간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존 무역이론은 무역 상대국이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전제 위에 만들어졌다. 노동 이동이 자유롭고, 정부의 입김이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공산주의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전제는 현실과 차츰 어긋났다.

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공산국가이기에 정부가 보증해주고 투자하고, 그렇게 시장을 선점하면 무역 경쟁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불공정한 글로벌 무역은 오래 갈 수 없다"라며 "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이런 무역질서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의 빠른 발전이 세계 경제에 많은 혜택을 줬기에 넘어갔지만 결국 무역질서는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 프로필]

△성균관대 경제학학사 △미국 Kent State University 경제학석사 △미국 University of Chicago 경제학박사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