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걸음마 단계 '해운물류 플랫폼'…"급격한 시장변화 주도한다"

[오션테크2021 ⑤]글로벌 선사 디지털 전환 초점…'고객 니즈' 대응에 맞춰
머스크, 단순 운송에서 종합 서비스 영역으로…장점 부각 위해 중복사업 허용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정책을 수립하고 관련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1 오션테크 코리아>가 11월 11일 부산 아스티 호텔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6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최근 수년간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글로벌 대형 선사들을 포함한 해운 물류 기업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것은 해운 물류 플랫폼의 등장이다. 해운 물류 분야의 각종 서비스들을 보다 유연하게 연결시키는 해운 물류 플랫폼은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해운 물류 플랫폼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경쟁자 보다 빨리 다수의 참여자 확보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해운물류 플랫폼이 해운 물류 분야에 가져올 파괴적 혁신 (Disruption)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의 범위를 당장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다른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기업이 혁신적 기술과 융합된 플랫폼을 통해 시장 자체를 재편해 왔던 것처럼, 해운 물류 플랫폼이 해운 물류 시장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해외 선도 기업들은 해운 물류 플랫폼의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다가올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중국 상해항 양산터미널에서 화물 하역·선적 작업 중인 머스크 선사 소속 선박. ⓒ 뉴스1

◇글로벌 선사 디지털 전환 초점…'고객 필요(Needs)' 대응에 맞춰

글로벌 선사들의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 대응은 각 선사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초점은 고객의 필요(Needs)에 대응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선복, 운임, 선적 예약 기능 등 기존 선사 주요 서비스 개선과 함께 복합 물류 서비스로의 사업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해운 물류 플랫폼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대형 물류회사들도 해운 물류 플랫폼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의 저장에서부터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일괄적 서비스를 책임지는 서비스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곽광용 HMM 차장은 "글로벌 해운선사, 대형 물류회사들의 해운 물류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대한 노력과 대응 과정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미 이커머스를 통해 기존 유통업계의 경쟁구도를 와해시키고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해운 물류 분야 진출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차장은 "이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혁신 기술과 플랫폼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유통업계 내 경쟁자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적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이 그대로 넘어올 경우 아직 시작단계인 해운물류 분야에서는 산업 특성과 디지털 대응역량 부족 등으로 접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 물류 분야의 특수성,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룩했던 분야들과 달리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훨씬 더 많은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해운 물류의 복잡성과, 초대형 선박, 터미널, 물류 배후 시설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으로서의 특성 등의 이유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곽 차장은 "이커머스 시장을 통해 해운 물류 업계의 전통적인 고객인 유통업계를 장악한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의 협력과 경쟁은 앞으로 해운 물류 시장 전반의 분업 협력 및 경쟁 구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 디지털 생태계(자료출처:freightos)ⓒ 뉴스1

◇머스크, 단순 운송에서 종합 서비스 영역으로…장점 부각 위해 중복사업 허용

전문가들은 향후 해운물류 플랫폼 분야의 주도권 확보 경쟁은 플랫폼 운영 주체에 따라, 각각의 다른 장점과 특징들을 기반으로 서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운 선사의 경우, 선사가 확보한 선박과 운용 서비스가 해운 물류 플랫폼상에서의 중요한 경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 사태 이후 물동량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급망 지연 등의 상황 속에서 정시성을 비롯해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은 선사 핵심 능력으로 부각됐다. 이에 선사는 핵심 서비스인 선복, 운임, 선복예약 등에서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서비스 영역을 복합 물류 운송까지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물류회사들도 최근 이커머스 트렌드와 함께 복합운송 기반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기존 서비스 영역을 플랫폼과 결합해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중에서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머스크는 2016년 기존의 선사 기능과 운송 물류 부문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 하는 전략인 '머스크 쉬프트(Maersk Shift)'를 발표하고 종합 물류 서비스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후 종합 물류 서비스가 운송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커머스, 무역금융 등의 부가가치 서비스까지 대상을 넓히고 있으며, 자체 개발이나 인수 합병 외에도 투자 및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사업영역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특히 향후 해운 물류 플랫폼의 도입과정에서는 단순 운송에서 벗어나 종합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일부 서비스는 기존 자사의 사업과 이해충돌의 우려에도, 통합하지 않고 각각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복을 허용하고 있다.

머스크가 진행 중인 플랫폼 가운데 트레이드렌스(Tradelens)와 머스크 스팟(Maersk Spot)를 눈여겨 봐야한다.

트레이드렌스는 2018년 머스크-IBM의 합작투자 형태로 출범한 블록체인 기반 첨단 물류 플랫폼으로 참여 업체와 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레이드렌스 외 다양한 플랫폼을 자체 디지털 생태계 안에 추가해, 향후 해운 물류 플랫폼의 도입이 본격화되는 상황을 준비해 가고 있다.

머스크 스팟은 선사의 핵심 서비스 영역인 운임견적과 선복제공, 선복 예약까지의 전 과정을 웹(Web)에서 비대면으로 처리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머스크는 이를 이용하는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기존의 전통적인 선사 영업 채널을 대체해나가고 있다.

현재 머스크 이외에도,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 등 대부분의 글로벌 선사들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밸류링크 U 플랫폼 모델(자료출처:밸류링크 U)ⓒ 뉴스1

◇韓, 해운물류 플랫폼 전환 시작단계…공정한 혜택 돌아가도록 제도적 장치 필요

해외에서 대형 글로벌 선사 및 글로벌 물류 기업을 중심으로 해운물류 플랫폼 도입과 준비가 진행 중인 것과는 달리, 국내 해운 물류 플랫폼 사업은 현재 스타트업 기업 내지는 IT 솔루션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기업 중에는 플랫폼을 통해 색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도 있다.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밸류링크유를 들 수 있다.

2018년 통합 및 원스톱 국제물류를 목표로 설립된 밸류링크유는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해상운송, 육상(복합)운송 및, 항공운송에 이르는 폭넓은 서비스 범위와 수출입 통관 및 물류 대행 서비스 등의 부가서비스까지 결합한 해운물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밸류링크유는 플랫폼 상에서의 매칭을 통해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시켜주는 주선(Match Making)중심의 서비스 모델을 갖고 있다. 다만 기존의 주선 방식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매칭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통해서 수익 모델을 갖는 것과 달리 밸류링크 U에서는 직접적인 수수료 수익 대신 주선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통해 수익을 얻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주선방식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 구축비용이 낮아 스타트업 기업에 적합한 형태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형 선사나 물류기업이 해운물류 플랫폼 도입의 중심이 되지 못한 배경으로 몇 년간 지속된 해운 불황을 꼽고 있다. 그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 해외 해운·물류 기업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곽광용 HMM 차장은 "우리나라 해운 물류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해운물류분야의 플랫폼 도입은 플랫폼 상에서 다양한 해운물류 참여자 간의 거래 한계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고, 동시에 기존 해운 물류 참여자간의 역할 분담이나 경쟁구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일어날 것이라고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최근 국내외에서 독점적 플랫폼 기업의 지위 남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해운물류 플랫폼의 도입이 기존 참여자들을 위협하고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곽 차장은 "국내 해운 물류 플랫폼은 국내 해운 물류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플랫폼 내에서 특정 기업,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에 이익이 편중되지 않고, 전체 참여자가 플랫폼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플랫폼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거버넌스에 대한 국내 해운 물류 참여자 간의 논의와 협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bsc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