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매입 불공정거래 빈도 2배↑…조사시 거래유형 염두해야"
이진국 KDI 연구위원 분석…"특약매입 비중 1%p↑, 매출 2.6억↓"
"납품업자 협상력 제고로 직매입 유도해야…유통업계는 혁신 노력"
- 권혁준 기자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대형 유통업체가 반품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인 '특약매입'의 불공정거래 발생 빈도가 다른 거래유형보다 월등히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이진국 KDI 연구위원이 집필한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특약매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빈도는 1000억원당 4.2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른 유형의 경우 직매입이 1000억원당 2.1건, 매장임대차는 1.9건, 위수탁은 1.2건이었다. 특약매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다른 유형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5배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특약매입에서는 대규모유통법 제11조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금지'와 제17조 '불이익제공행위의 금지'를 위반한 경우가 많았다. 이진국 위원은 "계약 기간 중 부당하게 계약내용을 변경한 사건들이 주를 이뤘다"면서 "여기에는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 판매수수료율·판매장려금 인상, 일방적 거래 중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특약매입이란 유통업자가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하고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공제한 뒤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류상 매입절차가 존재해 직매입의 형태를 보이지만 판매활동에 납품업자 종업원이 개입하고, 사후 팔리지 않은 상품의 반품도 가능하다.
이진국 위원은 "상품 거래가 이뤄져 소유권이 유통기업에 있는데도 판매자체는 납품업체가 수행하고, 거래유형 중 유일하게 반품도 가능한 기형적인 형태"라며 "예전에 존재하던 '판매분매입'(팔린 상품만 사후 매입)에서 모양만 살짝 바뀌어 잔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약매입은 주로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볼 수 있는 거래 형태다. 생식품·신선식품, 가공식품, 사무용품, 위생용품 등 필수소비재와 달리 유아용품과 화장품, 의류·액세서리 등 소비자 응대 서비스가 중요하고 수요변동성이 높으며 소품종·소량 판매되는 품목일수록 특약매입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이진국 위원은 "납품업체가 거래하는 유통기업 수가 많을 수록, 거래유형이 납품업체의 제안에 따른 것일수록 직매입 비중이 증가한다"면서 "즉 납품업체보다 유통기업의 협상력이 우위에 있을 수록 재고부담을 낮추려는 유통업자들이 직매입을 회피하고 특약매입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약매입의 경우 납품업체의 주력 상품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특약매입의 비중이 1%p 높아지면 주력상품의 매출액은 2억6000만원 감소했는데, 이는 매출액 평균의 1.7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통업체의 수수료율이 높게 책정되며, 불공정거래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위원은 이것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와도 적지 않은 연관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세페는 주로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나오는 상품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특약매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재고량이 많지 않고 할인폭도 키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는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없다는 고충이 나오고, 유통업체도 선뜻 코세페 참여를 결정하기 어렵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할인 폭이 작거나 체감되지 않아 냉랭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위원은 "행사기간을 단축하고 정부 부처별로 산발 진행되는 쇼핑 축제를 통합해 행사 집약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더해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 등을 걷어낸 '규제 free 쇼핑기간' 설정 등 새로운 행사 콘셉트를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도 더 심도깊게 진행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적발할 때 거래유형과의 연관성을 더욱 염두에 둬야한다"면서 "특약매입에서 불거진 불이익제공행위의 주된 유형이 계약조건 변경임을 고려해 '계약변경의 부당성'도 중요한 기준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약매입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신중해야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여러 요인의 영향 관계를 살피지 않을 경우 시장생태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만큼, 직매입 유도는 납품업자의 협상력 제고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유통업계 스스로도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맞이해 혁신의 노력을 배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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