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또 '백기'?…오늘 국회서 60년만의 4차추경 논의

민주당, 오전 고위 당정청 회의서 '4차추경' 논의
"수재민에 100만원은 너무해"…정부-여당 평행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2020.8.4/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반세기 만의 4차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이 추진되는 분위기다. 올여름 가장 길었던 장마에 따른 수해 복구를 위해서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4차 추경을 '최소 3조원'대로 하자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야당 역시 수재민 구호라는 대의를 위해 추경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는 모양새다.

문제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미 국회의 4차 추경 움직임에 난색을 표했다. 앞서 3차례 추경을 통해 예비비를 상당히 확보해 둔 데다, 내년 본예산안 제출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여당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폭우 피해 복구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여당은 홍남기 부총리를 위시한 정부에 4차 추경 편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개선된 복구 대책, 예방책을 만들려면 지금의 예비비,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다 합쳐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피해 집계를 보고 적극적으로 (추경 편성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당정은 가능한 한 빨리 피해 복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해 긴급하게 고위당정협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4차 추경 예산이 편성된 것은 5·16 군사정변이 있었던 1961년이 마지막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정부 "예비비만으로 복구 차질 없을 텐데…"

이처럼 여당은 4차 추경 편성에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정부는 미온적이다 못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 중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집중호우나 태풍 피해가 있을 때 정부는 대개 재난대책 예비비를 지원하도록 돼 있고 과거에도 그렇게 해 왔다"면서 "앞서 1·3차 추경을 통해 재해 목적예비비 1조9000억원과 일반예비비 7000억원을 포함, 총 2조6000억원의 예비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예비비를 모두를 집중호우 대책에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고용 위기에 대응하려면 여분이 필요하다.

다만 홍 부총리는 "2조6000억원의 예비비에 더해 시정예산이 상당히 편성돼 있고, 또 대개 복구란 것이 한두 달 안에 끝나는 게 아니기에 꼭 올해 필요한 예산이 아니고는 내년에 확보해도 큰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에 대비해 확보해 둔 예비비가 많고,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상당한 상황에서 굳이 추경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냐는 취지다.

홍남기 부총리가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청 회의를 끝냈다. 2020.7.9/뉴스1

◇수차례 與에 꺾였다…이번엔 재정당국 '소신' 지키나

기재부는 앞선 3차례 추경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재정 확대에 이처럼 난색을 표현했으나, 여권의 강한 의지에 연달아 '백기'를 든 바 있다.

앞서 여당은 정부가 '미국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반대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였고, 3차 추경 편성 당시에도 '4차 추경은 없다'는 전제 아래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1000억여원을 확정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정부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0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조원 급증한 것으로 전날 집계됐다. 연말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를 넘어 43.5%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부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고용보험기금 지출 확대 등 코로나19 사태로 여권이 추진한 정책 영향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에 따라 4차 추경 편성에는 기재부가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과거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더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며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고집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당시 언급한 '더 어려운 상황'이 지금의 폭우 피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기재부가 여당의 잇단 재정확대 움직임에 이번엔 확고한 명분을 갖고 반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수재민 지원금 높여야" vs "위기일수록 아끼자"

물론 민주당이 아무런 쓸모없이 4차 추경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현행 자연재난 구호·복구 비용 부담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연 재난으로 주택이 완전히 파괴됐을 경우 1300만원, 반파됐을 경우 65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침수 주택에는 더욱 적은 100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여권에서는 역대 최장 기간 장마에 따른 수해 규모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로는 수재민을 돕기 힘들다고 예상한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낙연 의원도 "침수 주택 지원금 100만원 등은 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추경 없는' 수해 복구에 한참 기울어져 있다. 홍 부총리는 "응급 복구와 구호 관련 소요는 각 부처의 재난대책비, 이·전용 등 기정예산을 우선 활용해 적시 지원하라"고 지난 9일 지시했다. 당장의 수해 복구는 이미 가진 예산과 예비비만으로 충분할 거란 계산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해 내년도 본예산에 피해 복구 예산을 추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법률상 다음 달 3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4차 추경안과 본예산을 함께 심사하는 것이 아닌 단일 예산안을 심사하게 돼 정부 입장에선 수고를 덜 수 있을 전망이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