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0년] "지금이 더 힘들어?…그때 취직 얘기 해줄까"

①91학번이 말하는 IMF…실업률 12% '충격과 공포'의 시절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 화학업종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씨(47)는 1998년 대학 졸업생이다. 91학번으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공대에 입학해 군입대와 휴학 기간을 보내다보니 1997년에 대학 4학년이 됐다. 그해 연말이 한국경제에 가장 큰 충격으로 기록된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다.

우리 정부가 국가파산 상태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사태가 시작됐다.

최씨는 "98년 2월에 졸업했는데 그해 우리 과에서 취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합격자 발표가 난 뒤에 취소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일은 그때 처음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2%대 저성장이 지속되는 속에서 일자리 부족과 청년들의 취업난을 조명하는 보도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쏟아진다. 지금 청년들이 겪는 실업의 고통이 IMF 때보다 더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에 '뉴스1'은 IMF에 무릎 꿇어야 했던 당시 청년들이 느꼈던 충격과 20년이 지난 현재 청년들이 겪는 고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물론 IMF 위기와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어느 쪽이 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오기 쉽지 않은 이유다.

당시는 '충격과 공포' '살인적 고통'으로 다가온 급전직하의 시대였다. 반면 현재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깊고, 무거운 고통, 만성통증의 시대다. IMF 시절엔 곧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현재는 터널의 끝을 알 수 없는 자포자기의 시대다. 이렇듯 위기의 종류는 다르지만 그 심각함은 서로 닮아 있다.

우선 20년 전 연예 톱스타보다 유명했던 '캉드시'(당시 IMF 총재)의 시절부터다.

우리 경제가 90년대 투자확대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취업난을 겪어보지 못한 당시 대졸자들에게 1997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취업이 안 되자 학교를 떠나지 못한 졸업자들이 도서관과 학생식당에 넘쳐났고 재학생과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대학 5학년'이라는 말도 이때 생겼다. 같은 학번이면서도 현역이 아닌 보충역으로 단기근무한 사람은 외환위기 이전에 졸업해 취업에 성공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학생신분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대졸자들은 불안감에 대학원 진학 붐을 일으킨다. 최씨도 당시 공대생들은 거의 진학하지 않았던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까지 마쳤다. 이른바 '고스펙'의 시작도 그해부터다.

최씨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공대를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학과 사무실에 각 기업에서 보내온 추천서들이 쌓여 있었다"며 "그러던 것이 일순간 취업환경이 변하니까 이후에는 중소기업까지 바라보게 됐고 경쟁이 치열해 더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면 대학원 학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IMF 위기 직전에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한 직장인들도 편치만은 않았다. '대마불사' 신화를 써가던 대기업이 도산하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건재할 것으로 알았던 은행까지 문을 닫는 시절이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금융사에 입사한 정모씨(48)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들조차 현금이 부족해 월급 대신 주식을 지급하는 회사도 있었고 외국자본에 인수되는 위기를 극복하자며 자사주 매입 캠페인도 벌였다"며 "전기를 아끼기 위해 형광등을 끄고 근무했고 퇴근 뒤 포장마차에서 술한잔 기울이던 풍경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한 시절이었다"고 기억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IMF 외환위기 사태 이듬해인 1998년 실업률은 7.0%를 기록했다. 1990년대 실업률은 보통 2% 중반대였다. IMF 사태 이전 90년대 가장 높은 실업률은 1993년 2.9%가 고작이다. 고도성장기를 지나던 당시엔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였다.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에 비해 높았지만 4%중반에서 5%대 중반 사이였다. 그러던 것이 1998년 12.2%까지 치솟았다. 이후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0.9%, 8.1%, 7.9%로 점차 낮아졌지만 4~5%대 '꿈의 실업률'은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나긴 청년 실업의 터널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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